박근혜 파면, 승복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입력 2017.03.11 14:29
수정 2017.03.11 14:37
헌재 결정은 법리적으로 수많은 논란과 문제 야기
재단 출연금, 대통령과 최순실 사익 추구의 도구는 오류
"나는 헌재의 결정에 동의하진 않지만 진심으로 승복한다."
10일 헌법재판소(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결정에 대한 필자의 결론이다.먼저 필자는 왜 헌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가?
세 가지 이유다. 첫째,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지원한 것과 관련한 문제다. 먼저 헌재의 결정을 직접 들어보자.
"피청구인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플레이그라운드, KD코퍼레이션 지원 등 최서원(최순실)의 사익추구를 지원했고, 헌법·법률 위배 행위가 재임 기간 중 지속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 KD코퍼레이션 지원 등은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별론으로 공익재단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헌재의 판단처럼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추진, 자금집행, 업무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대통령과 최순실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까지 전제하자.
그런데 과연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10원이라도 있는가?
출연금은 지금도 재단 통장에 그대로 있고, 더블루K의 컨설팅비 9억 사기미수 사건에서 보는 바와 최순실이 재단의 돈을 일부 부정한 방법으로 빼먹으려고 했다 하더라도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지 않은가?
재단 출연금이 모두 대통령과 최순실 돈이라면 왜 굳이 사기의 방법으로 무리하게 빼먹으려다 결국 실패하는가?
무엇보다 최순실이 부정한 방법으로 9억원을 빼먹으려다 미수에 거친 사건에 대통령이 직접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어디 있는가?
결국 대통령의 공모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재단 전체 출연금을 대통령과 최순실의 사익추구의 도구로 본 헌재 판결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대통령이 국회와 언론의 진상 규명을 은폐하고 방해했다는 부분과 관련한 문제다.
헌재는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비리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고 판시했다.
범죄 여하를 불문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자기 사건의 은폐는 인간의 본능이니 별론으로 대통령이 국회나 언론의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대통령이 국회나 언론의 도대체 누구를 단속하였는가?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오늘날의 언론 환경에서 레임덕의 대통령이 과연 단속이 가능한가?
오히려 국회가 아무런 진상조사도 없이 바로 탄핵을 의결했으며, 언론도 굿판, 성형시술, 주사 등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하여 온갖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보도하지 않았는가?
결국 헌재가 대통령이 최순실의 비리와 관련하여 국회와 언론의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고 판시한 것은 아무런 근거없는 추측에 불과한 것이다.
셋째, 대통령의 수사 거부와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와 관련한 문제다.
헌재는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는 바, 따라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아 결국 파면사유라고 판시했다.
이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위 사유는 국회의 의결에 전혀 없고, 재판 당시에도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뭔가 변론의 쟁점이 되어야만 대통령측이 해명과 방어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약속 위반의 도덕적 비난은 별론 검찰과 특검의 조사거부는 형사상 소추특권이 있는 대통령의 재량이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형식적으로는 권한정지된 대통령의 책임은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특검이 미리 대통령을 뇌물죄의 피의자로 규정하는 등 정치성과 편향성을 띠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탄핵의 결정적 이유가 된 위 부분은 국회의결이나 변론 중 전혀 쟁점이 되지 않은 것을 헌재가 직권으로 판단한 것으로 변론주의 원칙으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상 심각한 법리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이번 헌재 결정은 법리적으로 수많은 논란과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헌재의 결정에 흔쾌히 승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승복 외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결정문에 판시된 바와 같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다.
국민의 80% 가까운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찬성하고, 재판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탄핵을 필자가 불복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갈등과 분열을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 "촛불과 태극기를 모두 내려놓고 통합과 포용으로 더욱더 단단해진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필자는 우리앞에 놓여진 절체절명의 시대과제라고 생각한다.
"夫人必自侮 然後人侮之(부인필자모 연후인모지)"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긴다.
"家必自毁 而後人毁之(가필자훼 이후인훼지)"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망가뜨린 후에 남이 망가뜨린다.
"國必自伐 而後人伐之(국필자벌 이후인벌지)" 나라는 반드시 자신이 해친 뒤에야 남이 해친다.
맹자, '이루편(離婁篇)'에 나오는 구절로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통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갈등과 분열로 스스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國無常强 無常弱(국무상강 무상약)"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奉法者强 則國强(봉법자강 즉강국), 奉法者弱 則國弱(봉법자약 즉약국)"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약해지면 나라가 약해진다.
한비자, '유도편(有度篇)'의 구절이다.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해져 우리나라가 강한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天作孼猶可違(천작얼유가위) 自作孼不可逭(자작얼불가환)" 서경(書經)의 구절처럼 하늘의 재앙은 마음가짐에 따라서 어떻게든 피할 수가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가 없음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