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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인용] 20주간 광화문 밝힌 '촛불', 평화시위 '신기원'

하윤아 기자
입력 2017.03.10 17:03
수정 2017.03.10 18:02

과거 폭력시위와는 다른 양상 보이며 시민들 호응 얻어

민주적 절차에 따른 헌재결정 불복 태도는 극복할 숙제

98주년 3.1절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박근혜 퇴진 3.1절 맞이 18차 범국민행동의 날’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의 폭력시위와는 정반대 양상 보이며 시민들 호응 얻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 불복하는 자세는 여전히 넘을 숙제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 가운데, 민심의 바로미터였던 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평화시위 문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선고를 앞두고 열린 탄핵 찬반단체 주최 집회에서도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식 대신 함께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위가 이뤄졌다.

헌재의 탄핵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찬반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우려했던 양측 간의 대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돼 장장 20주 동안 이어져온 촛불집회는 평화로운 시위 문화가 다수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구방망이와 최루탄이 등장했던 과거의 시위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면서 청소년과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났고, 10주 만에 누적 인원 1000만명 돌파(주최 측 추산)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단순한 '집회'의 개념에서 벗어나 자유발언이나 토론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함께 진행한 것도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의 집회 양상에서 완전히 탈바꿈해 성숙하고 발전된 시위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헌재의 선고 직후 선언문을 통해 "시민들이 승리했다"며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수용한 것일 뿐,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고 촛불집회 의의를 평가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와 공범자들의 범죄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마음 속 깊이 분노했지만, 우리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평화롭게 광장을 지켰다. 범죄자들은 혐오와 배제, 공포와 거짓 정보로 갈등을 조장하려 했으나, 우리는 존중과 평등의 공론장을 만들어 그들의 공격을 이겨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선고에서 '탄핵'이 결정된 10일 오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소속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이 설치한 벽을 넘어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지난해 12월 3일부터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개최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대체로 평화적인 방식의 시위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달 18일 '국민저항본부' 발족을 선언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고수해왔지만, 그래서 경시되고 무시되어도 되는 분위기를 용서할 수 없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천명한다"고 밝혀 비평화적 시위 전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선고 당일인 이날 오전 안국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진행된 탄기국 주최 집회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평화적인 시위로 진행됐다. 그러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의 주문이 나온 직후 순식간에 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일부 참가자들이 헌재로 향하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장기간 지속된 집회를 통해 평화시위 문화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정에 불복하는 자세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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