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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강예원 "난 항상 비정규직…불안하고 울컥"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3.16 09:07
수정 2017.03.19 09:10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서 장영실 역 맡아

"캐릭터 외적 변화 신경 써…흥행 욕심"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강예원은 "난 항상 비정규직으로 살았다"고 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서 장영실 역 맡아
"캐릭터 외적 변화 신경 써…흥행 욕심"


"전 항상 비정규직이에요. 다음 계약을 꿈꾸며 살아가죠. 앞날이 깜깜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집니다. 국가는 국민의 노후 보장을 신경 써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에 출연한 강예원(36)은 영화 속 설정을 오롯이 받아들인 듯했다.

영화는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보이스피싱 등 사회 문제를 오락 영화에 적절히 버무린 게 미덕이다.

강예원은 국가안보국 내근 근무자이자 댓글 알바를 담당한 2년 계약직 요원 장영실 역을 맡았다.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와 시사회에서 강예원은 "동생이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 비정규직의 고충을 잘 안다"고 토로한 바 있다.

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예원은 "나도 비정규직이라 항상 불안하다"며 "국민이 안정된 삶을 살아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기본적인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게 나라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에서 지는 건 내 탓이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건 나라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 중 영실은 비정규직만 15년을 전전한 서른다섯 여성이다. 취득한 자격증만 22개로 취업 빼곤 못하는 게 없다. 알바를 전전하던 그는 늦은 나이에 겨우 취업에 성공한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강예원은 "이번 작품이 비정규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정규직을 조건으로 그에게 일을 시킨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비정규직이면 끝까지 비정규직이야." 영실은 호소한다. "저 정규직 아니면 안 됩니다. 꼭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다. 배우는 마음이 짠해지는 이 장면에 끌려 출연했다. 어떻게서든 살려고 하는 의지가 비참했단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어도 울분을 참고 다시 열심히 사는 모습에선 영실과 배우 본인의 모습이 겹쳤단다.

그는 "어렸을 때 곱게 자라다가 대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한 번 휘청한 적 있었다"며 "당시 무너진 사업을 다시 회복시키려 애쓰는 아빠 모습을 보고 감당이 안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는 강예원, 한채아 두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충무로에서 이런 영화가 나온 점은 반갑다. 특히 강예원은 '하모니'(2009), '조선미녀삼총사'(2013) 등 여배우 위주의 영화에 앞장서서 출연했다. 남자 배우들이 판치는 영화계에서 부담이 될 법도 하다.

하지만 강예원은 "너무 고마웠다"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1년에 작품 한두편 씩 찍을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여배우들이 나온 영화의 성적이 부진해도 이야기가 탄탄하다면 전 언제든지 도전할 거예요. 흥행을 생각해서 저울질 같은 건 안 해요. 제가 캐릭터와 작품에 어울리는지부터 봐요. 유명세는 신경 쓰지도 않고요."

여성 영화는 장르의 다양성을 넓혀 준다. 배우는 "큰 영화만 성공하는 건 아니다"며 "뻔한 검사, 형사 나오는 건 내가 봐도 지겹다. 이미 나온 걸 따라 하면서 유행을 좇으면 안 된다. 영화를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한채아와 호흡한 강예원은 "여배우 영화에 나오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이번 영화에서 강예원은 뽀글머리 파마, 펑퍼짐한 옷, 알이 큰 안경 등으로 외적 변화를 줬다. 어리바리하고, 엉뚱한 영실의 매력은 강예원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특히 후반부 개들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보여준 몸개그는 압권. 이미지를 생각하는 여배우로서는 하지 못할 연기다.

오랜만에 코미디에 도전한 그는 "너무 편하고 만족했다"고 미소 지었다. "저 '여성여성'한 거 안 좋아해요. 죄수복, 병원복 같은 걸 좋아하지. 하하. 피해자, 약자 캐릭터도 좋고요. 트레이닝복이랑 늘어진 티가 좋아요. 힐도 없어요. 운동화만 신거든요. 거추장스러워서 액세서리도 안해요. 오늘은 인터뷰니깐 이런 옷 입고 왔습니다(웃음)."

영실이 쓴 타원형의 안경은 뉴욕 빈티지숍을 뒤져서 구입했고, 펑퍼짐한 옷도 직접 샀다. 흑인들이 쓰는 파운데이션을 써서 피부톤을 일부러 어둡게 표현했고, 히피펌을 해서 뽀글머리를 완성하기도 했다. 배우에겐 이 모든 과정이 험난한 도전이었다. "뻔한 코미디 속 캐릭터와는 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외모부터 바꿨습니다. 감독님의 생각과는 많이 달라서 설득해야만 했죠. 전 제가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까지 영실이를 좋아했으니까."

개와 호흡한 부분은 가장 어려운 신이었다. 강예원은 "막상 연기하려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면서 "3개월간 고민하고 생각한 대사를 뱉고 설정을 만들었다. 혼자서 계속 연기하니깐 채아가 나를 불쌍하게 봤다. 답을 모르니 불안하고 외로웠다. 연기할 때마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증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대세' 남궁민과 호흡한 소감이 궁금해졌다. 강예원은 "호흡이 좋았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분"이라며 "다음 작품에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이끈 강예원은 "탄탄한 이야기라면 어떤 영화든지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이날 인터뷰 자리에선 동료 한채아의 열애 고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앞서 시사회장에서 한채아는 차세찌와의 열애를 깜짝 고백했다. 영화 홍보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경 쓸 수밖에 없을 듯했다. 강예원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채아가 열애를 숨길 스타일이 아니에요. 여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아의 손이 떨리는 걸 보고 제가 도와줬어요. 호호. 관계자들은 제가 남 일에 나서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어요. 사실 전 채아가 부러워요. 다 가졌거든요. 사랑, 일 등 모두요. 전 채아처럼 못할 듯해요."

연애 스타일을 묻자 "상대방을 오랫동안 보면서 천천히 빠져드는 편"이라며 "사랑을 할 때는 소심하고, 상처받을까 봐 두렵다. 사랑 때문에 주저앉는 게 싫어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동안 사귄 남자친구들과는 신중하게 만나서 오래 사귀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배우로서 '결혼'도 고민이다. "예전엔 일에 빠졌는데 요즘엔 연애하고 싶어요. 한해, 한해 보내다 보니 더 그렇고요. 결혼은 글쎄요. 곁에 남자가 꼭 있어야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혼자 있으면 행복하고 편하거든요. '동치미', '부부수업 파뿌리' 같은 부부 프로그램을 보는데 다들 그러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하. 그래도 남들 다 하는 거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근데 만약에 안 되면 그냥 놔두려고요. 억지로 하고 싶진 않아요."

2001년 시트몬 '허니허니'로 연예계에 데뷔한 강예원은 영화 '해운대'(2009),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내 연애의 기억'(2013), '날, 보러와요'(2015), '백희가 돌아왔다'(2016), '트릭'(2016) 등에 출연했다. 어느덧 데뷔 17년 차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장영실 역을 맡은 강예원은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역할이라 너무 편했다"고 털어놨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그는 "가끔 사람들이 날 불편해할 때가 있다. 특히 스태프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를 때는 상대방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난 변한 게 없는데 상대방이 나를 어려워할 때 외롭다"고 털어놨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배우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그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게 알고 있었다. "카메라 한 대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자신 있어요. 하지만 많은 대중 앞에서 연설할 준비는 안 됐습니다. 밖으로 드러난 끼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재능과 끼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아는형님', '라디오스타',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예능에 도전하는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선배 차태현의 추천으로 예능을 시작하게 된 그는 "예능을 하기 전 영화만 찍었는데 작품이 망하면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했다"면서 "당시 배우로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마음을 열고 출연한 예능은 악으로 깡으로 했다"고 웃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영화, 예능,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최선을 다하는 게 꿈이다. 롤모델은 없다. '내 길은 스스로 개척하자'는 철학을 믿는다.

희망 관객 수는 300만명. '미녀와 야수' , '콩:스컬 아일랜드' 등 대작 외화들이 경쟁작으로 포진돼 있다. "인생은 타이밍입니다. 그간 외화가 잘 됐으니 이젠 한국 영화가 잘 될 타이밍이에요. 성적이 부진해서 걱정했는데 '날 보러와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뿌듯했어요.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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