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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열애 기사에 묻히긴 아까운 '비정규직 특수요원'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3.12 08:30
수정 2017.03.12 09:25

강예원·한채아 주연…여배우 주축 영화

보이스피싱·계약직 등 사회 문제 담아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강예원·한채아 주연 '비정규직 특수요원' 리뷰
보이스피싱·계약직 등 사회 문제 담아


서른다섯, 비정규직 15년 차인 장영실(강예원)은 만년 알바생이다. 취득한 자격증만 22개. 취업 빼곤 못하는 게 없다. 알바를 전전하던 그는 늦은 나이에 겨우 취업에 성공한다.

국가안보국에서 댓글 요원 임시직으로 취업해 하는 일은 인터넷 서핑과 댓글 달기. 어렵게 취업한 곳에서도 정리해고 1순위에 놓인 영실은 안보국 박차장(조재윤)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5억원을 날린 걸 알게 된다.

자신의 치부를 들킨 박차장은 비정규직 해고 1순위 영실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투입한다. 5억원을 되찾을 시,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건과 함께.

얼떨결에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간 영실은 22개 자격증으로 단련된 다양한 능력으로 예상 밖 성과를 올린다. 그러자 잘생긴 보이스피싱 사장(남궁민)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한편 보이스피싱 조직에는 영실 외에 잠입한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지능범죄수사대 엘리트 형사 나정안(한채아).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정안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과격한 인물. 국내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수사를 하던 중 이상한 신입사원 영실이 신경 쓰인다. 결국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두 사람은 공조 수사를 시작한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 비정규직, 보이스피싱, 청년실업, 고용불안 등 사회적 이슈를 코미디로 비틀었다.

영화는 연간 피해액 규모만 2000억원 이상인 보이스피싱이 일반인을 넘어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 등 최고 엘리트가 모인 대한민국의 주요 기관들을 털었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13)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덕수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김 감독은 "비정규직이 하는 일도 필요한 부분인데 누군가와 비교되고,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불안한 미래를 사는 비정규직과 앞날이 깜깜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이 한 울타리에 있는 것 같아 비정규직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말마따나 청년실업, 비정규직, 보이스피싱 등 사회 문제를 오락 영화에 적절히 버무린 게 미덕이다. "처음 비정규직이면 끝까지 비정규직이야", "비정규직이라고 무시하니?" 같은 말이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 건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남들과 똑같이 일하면서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노동은 존중받지 못한다. 영화는 이 부분을 너무 무겁지 않게 꼬집으며 오락물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다시금 강조한다.

언더커더 첩보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관객들이 바라는 건 개연성이 아닌 재미다. 재미를 책임진 9할은 강예원이다. 뽀글머리 파마, 펑퍼짐한 옷, 알이 큰 안경 등으로 외적 변화를 준 강예원은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스크린을 날아다닌다. 어리바리하고, 엉뚱한 영실의 매력은 강예원을 만나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후반부 개들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보여준 몸개그는 압권. 이미지를 생각하는 여배우로서는 하지 못할 연기다.

강예원은 "계약직 고충을 다룬 영화라 마음에 들었다"며 "많은 대중이 이 영화를 보고 위로받았으면 했다"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해선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외적으로 신경 썼다"면서 "코미디 연기는 항상 두려운데 웃기려고 작정하기보다는 캐릭터가 돼서 진지하게 연기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새침한 이미지의 한채아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형사 역을 무난하게 표현했다. 가녀린 체구에도 액션 연기를 매끈하게 소화했다. 강예원과 티격태격 앙상블을 이루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욕 연기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과하고 어색하게 들리는 점은 아쉽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한채아는 "캐릭터가 신선했고 액션을 꼭 해보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정말 즐거웠다"며 "친한 사람들에게 하는 친근한 욕을 연기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코미디 장르의 단골 소재인 클리셰(판박이 장면), 다소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 너무 쉽게 사건을 해결하는 장치 등은 약점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 영화가 노리는 건 개연성보다는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와 오락이니까. 여배우 기근 현상에 빠진 충무로에서 여배우가 주축이 된 영화가 나온 점도 반갑다.

감초들도 제 몫을 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인 조재윤과 김민교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극을 맛깔스럽게 만들었다.

KBS2 '김과장'에서 의인으로 분한 남궁민의 악역 연기를 보는 재미는 덤이다. 능청스럽고 정의로운 의인에서 두 얼굴의 악역으로 변신했다. 대세는 대세였다.

흥행 여부는 안갯속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쟁작도 아닌 주연 한채아의 열애 기사다. 시사회에서 깜짝 열애 고백을 한 탓에 영화 자체 관련 기사가 모두 묻혔다. 영화를 검색하면 내용보다는 '한채아 차세찌' 열애가 가장 먼저 나오는 실정이다. 열애가 영화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 관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3월 16일 개봉. 117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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