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오히려 황교안 출마 원한다?
입력 2017.02.16 13:13
수정 2017.02.16 13:32
정권 '심판' vs '연장' 전략에 현 정부 '상징' 황 출마 필수적
일각선 심판론 식은 이슈…황교안·한국당 자극 전략 세운 듯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원하는 모습이다. ‘벚꽃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 대 정권 연장’ 구도를 직간접적으로 형성해야 정권 교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선 박근혜 정권의 ‘상징’인 황 권한대행의 출마가 필수적이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황 권한대행 때문에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정가에서 제기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라는 ‘빅 카드’가 존재하는 민주당에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당 소속 주자들이 선두 그룹을 형성했지만, 선거 구도를 더 명확히 하려면 보수 진영의 유력한 주자가 필요하다.
그 대상이 바로 황 권한대행이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해야 국정 농단 사태로 돌아선 민심을 ‘정권 교체’라는 명목하에 흡수할 수 있다. 또한 보수 진영의 새 인물 수혈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구원 투수’ 격으로 출마할 경우 집토끼와 중도층 결집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민주당이 황 권한대행의 거취 표명 압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보에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다. 본선에 가면 보수는 집결할 거고, 그 목적지가 황 권한대행이 되면 ‘정권 교체 대 정권 연장’ 구도가 선명해진다”며 “그간 민주당은 보수 진영에서 황 권한대행이 아닌 다른 신선한 얼굴이 떠오르는 걸 경계했는데, 황 권한대행이 나오면 우리에겐 이득이고 우리 진영도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된다”며 “이런 구도가 심화되면 보수층이어도 박근혜 정권이 잘못했다는 생각할 수 있어 결국 보수층마저도 ‘보수 후보’를 찍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민주당이 그걸 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놓고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는 건 구(舊)전략으로 치부된다. 정가와 여론이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은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 권한대행 이름을 거론하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과 그의 출마를 원하는 자유한국당도 자극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9일 한 방송에서 “그분이 출마한다면 염치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패배가 설령 예상된다 하더라도 정당은 후보를 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자유한국당이 후보를 꼭 낼 것이라고 보고 그렇다면 낼 사람이 황 권한대행밖에 더 있겠느냐”고 단언한 것도 이러한 전략 차원으로 읽힌다.
신 교수는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 가고 싶은데 탄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이는 여론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며 “민주당은 어떻게든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기 위해선 정권 심판론이 제일 좋은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 현 정권의 상징인 황 권한대행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40%대 벽을 넘어야 명확한 ‘대세론’이 형성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불안감은 갖고 있다”며 “그래서 황 권한대행이 나오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