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vs보수신당, '집토끼·산토끼' 다잡을 간판 뭘로 하나?
입력 2017.01.06 14:46
수정 2017.01.06 15:28
'보수적통' 당명 선점 경쟁…둘다 '깨끗' '따뜻' 키워드
'보수' 넣으면 외연확장 불리…'신' 붙이면 선명성 반감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의 '보수적통'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당명경쟁'이다. 현재 두 정당 모두 보수개혁을 내세워 간판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키워드는 '보수'…"보수적통 의미 담은 '보수당' 유력"
우선 보수신당은 7일까지 대국민 공모를 마치고 8일 당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6일까지 공식 접수된 당명만 1000건이 넘었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방향성만 잡아줬다.
현재까지 여러 후보 당명 가운데 '보수당'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지도부의 의견도 서서히 한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내 구심축인 유승민 의원이 '보수 적통'의 의미를 담은 '보수당'에 호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공동창당준비위원장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동안 당명을 바꿀 때마다 등장한 '신(新)'과 '새'란 글자가 본래 의미를 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보수' 앞에 각종 수식어를 뺀 간명한 당명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선 '보수'를 당명에 넣으면 외연 확장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집토끼'(보수지지층)와 '산토끼'(외연확장) 사이의 고민이다.
"신당이 좋은 이름 다 쓰면 난감…가벼운 이름 아니었으면"
새누리당도 당명을 바꾸는 방안을 당 쇄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기로 했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내건 여당의 당명 교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당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인명진 비대위원장)", "지금의 당명은 당연히 바뀌어야 된다(정우택 원내대표)"는 등 당명을 바꾸자는 데 공감대는 충분하다. 고민의 핵심은 '당명에 보수 색채를 얼마나 넣느냐'다. 보수신당이 먼저 당명을 정하면 뒤따라가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당내 관계자는 "신당 쪽에서 먼저 좋은 이름을 다써버리면 우리로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간결하고 쉬운 당명으로 가되, 여당으로서 너무 가벼운 이름은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꿀 당시에도 정체성이나 이념을 담지 못한 당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엔 정치사에 남을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나라당…'100년 정당' 만들 수 있나
두 정당의 뿌리인 '한나라당'은 보수정당 가운데 가장 내성이 강했던 이름이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의 풍파를 견디고 1997년부터 14년 넘게 지속된 보수정당의 상징이었다.
그렇다고 보수신당과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순 없다. 이미 다른 정치세력이 버려진 이름으로 정당을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이태희 대표가 창당한 한나라당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명을 앞세워' 비례대표 원내 진입을 노렸으나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 취소를 겪기도 했다. 이후 2014년 다시 '한나라당' 당명을 되찾았다. 그만큼 한나라당 당명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