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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비박계 탈당'·'신당창당' 마냥 반길 일인가?

전형민 기자
입력 2016.12.23 00:39
수정 2016.12.23 07:03

신당 의석 38석 이상이면 원내4당 전락

'캐스팅보트' 역할 신당으로 넘어갈 수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지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박계 긴급회동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분당 결행을 선언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1명은 탈당계를 모아 놓고 오는 27일 탈당 및 분당을 결행 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탈당 의석 38석↑이면 원내4당 전락, '캐스팅보트' 넘어갈수도…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권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내심 그 파장에 고심하는 눈치다. 비박계의 탈당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 제3당으로서의 지위는 물론 '조정자'로서 쌓아온 이미지와 정국 주도권 역시 한 순간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일단 비박계의 탈당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애국의 길"이라며 "의회에서도 거대 정당이 지배하는 시대가 지났고, 이제 오히려 4당 체제는 협상과 대화, 국회 본연의 정치를 찾아서 협치 시대를 열어갈 수도 있다.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21일 "새누리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국가적으로 대단히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이 비박계의 탈당을 반기는 이유 중 한 가지는 1년 전인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문제로 지적하고 일종의 탈당의 명분으로 삼았던 '거대 양당의 폐해'와 '계파 이기주의' 문제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남으로써 그 당위성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탈당은 국민의당의 창당이 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 된다는 논리다.

김동철 위원장은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계파 패권주의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국가도 어려움에 처했다"며 "새누리당에서 시작된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무능한 1등과 그 덕분에 안주하는 2등, 그 속에서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계파주의의 폐해가 민주당에 이어 새누리당에서도 폭발했다"고 비박계 탈당을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시기는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무난하게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비박계가 집단으로 탈당해나오면서 '거대 양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의 합종연횡이 가능할 전망이다. 즉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인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당은 비박계와의 연합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당 관계자는 "개별적으로는 얼마든지 각자 연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탈당해 나온 비박계의 신당과 재야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최근 대권 출마의사를 밝혔던 정운찬 전 총리, 곧 국내로 복귀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원외 정치세력은 그 조합에 따라 충분히 현재의 헤게모니 구조를 뒤엎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나 비박계의 집단 탈당이 국민의당에게 마냥 호재라고만은 볼 수 없다. 당장 비박계의 탈당 규모에 따라 원내 제3당으로서의 지위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만약 비박계가 38석 또는 그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국민의당은 원내 제4당으로 전락함은 물론 국회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 역시 빼앗길 수 있다.

특히 예전에 비해선 힘이 빠졌지만 여전히 대권주자 선두권에 위치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본격적으로 대권가도에 뛰어들어 비박계 신당과 손을 잡을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보다는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비박계 신당이 '개헌'에 전향적이라는 점도 국민의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부분의 정치세력이 개헌에 찬성의사를 밝힌 가운데 최근까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곤 야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안철수 전 대표만이 개헌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민의당으로서 '불안요소'는 당장 22일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12월 3주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30.3%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의 뒤를 비박계 신당이 18.7%로 이었다. 3위는 친박계 정당이 13.2%였고 국민의당은 10.5%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비박계의 탈당과 신당창당은 그 성패와 상관없이 정치판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박계 신당에 대해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집권이 가능한 수준의 정당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견제했고,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도 "이들의 종착지는 결국 제2의 3당 야합"이라고 주장하는 등 제1야당은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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