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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구축' 뒤 양보 없는 주류…비주류, 남은 선택은 탈당?

문대현 기자
입력 2016.12.19 18:31
수정 2016.12.19 21:29

주류 "비대위원장, 유승민은 안된다" 입장 고수

비주류, 당에 남아 있을 이유 바닥 드러내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 총회에 참석해 친박 정우택 의원의 선출 결과를 지켜본 뒤,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뽑힌 이후 당내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도부 공백에 따라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비주류에선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경선 당시 정견 발표에서 "비대위원장은 중도그룹과 비주류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비주류 중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였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즉각 반응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본 의원은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되어 있다"며 "그러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주도권을 비주류에게 확실히 넘기라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의미였다. 만약 정 원내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친박-비박 화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화합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당무에 관한) 전권 뿐 아니라 (비대위원장 인선을) 전국위원회로 넘기는 권한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서 "적어도 비주류에게 (비대위원장 관련) 모든 추천권을 준 것은 소위 단합을 해치고 정권재창출에 지장될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승민 비대위원장'을 거부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주류측의 거부감은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친박 인적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 주류에선 정치적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은 대표권한대행이 추천하면 전국위에서 가부만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므로 비대위원장 선임에는 정 원내대표를 통해 주류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비주류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당의 주도권은 주류가 장악하게 되고, 비주류는 완전히 무력화하면서 당에 남아 있어야할 필요성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탈당 여부에 대한 비주류측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를 미리 감지한 탈당파는 유 전 원내대표에게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반성조차 하지 않고 정치 생명 연장만을 목표로 하는 친박이 주류인 구조에서 새누리당 해체와 인적 청산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을 유 의원은 정녕 모르느냐"고 지적했고 김용태 의원도 이날 '유승민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수라장이 된 새누리당을 떠나 함께 보수의 새로운 중심, 신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러모로 유 전 원내대표가 탈당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학재, 김세연, 유의동 등 일부 의원들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그의 탈당을 비주류 연쇄 탈당을 불러올 수 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비주류 결국 탈당?

김무성 전 대표 등 일부가 탈당을 할 거란 얘기는 지난주부터 끊임 없이 나왔었지만 실제 확인된 움직임은 없었다. 특히 비주류 중에서도 TK(대구/경북)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유 전 원내대표의 경우 탈당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TK는 현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주류 측과 등을 지는 것은 해당 지역구 의원으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유 전 원내대표의 경우 20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을 한 경험에 또 다시 탈당을 결심하기란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당의 분위기가 주류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유 전 원내대표도 당 잔류만 고집하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최근 당내 상황에 비춰볼 때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면서 유 전 원내대표도 곧 결단을 내릴 거란 추측이 당 안팎에서 솔솔 새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일 정계에선 유 전 원내대표의 측근이라 볼 수 있는 오신환 의원 발로 △이번주 내로 유 전 원내대표를 포함해 10명이 탈당 예정이고 △당초 특정 두 명이 먼저 탈당을 하려 했으나 유 전 원내대표가 같이 탈당을 하자고 만류해 10명을 채워둔 상황이며 △유 전 원내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는 선을 긋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가 돌며 비주류의 탈당이 코 앞에 왔다는 분석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오신환 의원 측은 이후 "현재 결정된 사실 전혀 없었다"며 강력 부인했지만 이 해명을 100%로 믿는 이는 많지 않은 분위기다. 이제 유 전 원내대표가 언제 결정을 내릴지와 김 전 대표와는 어떤 식으로 관계를 정립할지가 향후 정치권의 관심사로 남게 됐다.

한편 주류의 이완영 의원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를 앞두고 최순실 측 관계자와 사전 모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비주류의 탈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다.

비주류 국조특위 위원은 황영철·장제원·하태경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가진 모든 분들을 국조특위에 불러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해명이 안 되면 그분들 스스로 국조특위를 사퇴해야 바람직하다"고 압박했다. 이 의원은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계파 갈등 발생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대다수의 비주류가 탈당을 위해 예열하는 중인데 이완영 의원 관련 논란은 울고 싶은 사람 따귀를 때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논란으로 당에 대한, 특히 주류에 대한 민심이 더욱 악화되면서 주류와 비주류의 '오월동주'는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거란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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