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카드' 뽑은 김무성…'신보수호(號)' 누굴 태울까?
입력 2016.12.13 17:47
수정 2016.12.14 11:33
'친박' 빼고 보수 헤쳐모여…유승민 지역정서상 탈당 곤란
보수권 주자 원하는 김무성, 출마기반 원하는 반기문 접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신당 창당카드'를 뽑아들었다. 김 전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신당깃발을 들어올린 명분이다.
당장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제3지대로 '헤쳐모여'가 이뤄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김 전 대표는 "무책임한 좌파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며 새판으로 끌어들일 대상으로 중도우파를 아울렀다. '중간지대의 장'을 최대한 넓히는 구상의 성공여부에 따라 대선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특히 "이제 가짜 보수를 걷어내야 한다"며 친박(친박근혜)계와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친박이 장악한 새누리당이 어떤 변신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 비주류 한 인사는 "친박만 아니면 누구든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탈당과 투쟁 사이 고민…유승민 '체급올리기' 과제
김 전 대표의 신당창당 유혹은 아직까지 비주류 세력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특히 비박계의 핵심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가 제시한 탈당 후 신당 창당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일단 "당 안에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고 말했다. 대구·경북민 사이에 새누리당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한 점도 그의 탈당 행보를 억제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두 비박계 구심축의 엇박자는 그만큼 '탈당'과 '투쟁' 사이의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들에겐 새누리당 간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수백억원대의 정당보조금과 당비, 조직 등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더욱이 대권을 꿈꾸는 유 전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장 신당에 참여했다간 유력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역할에 그치게 된다. 당 내에서 선명성을 강화하며 '투쟁 주역', '개혁 선봉장'이란 타이틀을 얻을 경우 체급을 끌어올릴 수 있다. 탄핵 정국에서 유력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이재명 효과'가 본보기다.

'반기문을 위한 무대 차려야하냐' 고민이자 숙제
무엇보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비해 보수의 구심점이 될 대권주자가 필요하다. 이들의 시선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직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비정치권 반기문'이 대선주자로서 상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착지선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자력 창당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측근은 "소설 같은 얘기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스스로 신당을 만들어 출마의 기반으로 삼는 것보다는 지지자들 마련해준 무대를 통해 데뷔하는 게 더 화려하고 명분이 더 산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따라서 비박계를 비롯한 보수진영 입장에선 '반 총장을 위한 무대를 마련해주느냐'가 고민이자 숙제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며 반 총장에 대한 공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한 김 전 대표와 반 총장 사이엔 수요과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내년 1월 반 총장이 귀국하면, 양측 간의 접점 모색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난 2007년 대선레이스에서 중도 포기한 고건 전 총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고 전 총리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도 끌어안아 줄 정당기반이 부족해 완주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제3지대 창당-고건 영입'시나리오가 무산된 데는 결집의 필요조건인 대규모 탈당이 이뤄지지 않은 게 지적되고 있다.
즉, 정치권이 '반기문 무대'를 차리지 않으면 대권도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로 헐뜯어도 대선 앞에선 뭉치는 경험…"아직은 각자도생"
현재 여당은 당지도부 중심의 친박과 김 전 대표가 주축인 비박으로 갈려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친박 진영에선 "인간 이하의 반란군 수괴"라며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요구했고, 이에 비박계가 "당을 떠나야 할 사람들은 친박"이라며 받아치는 형국이다.
여당이 지금은 총구를 겨누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도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결정적 순간에 하나로 뭉치는 경험을 쌓은 보수진영이다.
이와 관련 보수계 원로 인사는 "아직까진 특정 대선주자 중심의 세력 재편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도생 현상이 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