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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몰골의 로미오? 파격 설정 '로미오와 줄리엣'

이한철 기자
입력 2016.12.09 21:52
수정 2016.12.11 14:26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현장 언론에 공개

"배경·콘셉트 바뀌었지만, 사랑 메시지는 그대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현장이 공개됐다. ⓒ 데일리안

흉측한 몰골의 돌연변이 로미오와 호기심 많은 고아 줄리엣의 사랑이 온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의 '로미오와 줄리엣(1597)이 세상에 나온 지 4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어쩌면 이처럼 파격적인 설정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소설 속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작품이다.

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지원 제1연습실에서 만난 성종완 연출은 "(로미오의 외형은) 좀 많이 흉측하게 그려질 것 같다. 잿빛으로 물들이고 머리털이 없을 수도 있다. 상처와 문신이 있을 수도 있다. 흉측한 몰골로 나올 거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같은 설정은 핵전쟁 이후 생겨난 돌연변이와 인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올해로 서거 400주년을 맞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의 플롯을 차용해 각색한 작품이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의 음악, 환상적인 비주얼, 역동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안무 등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옷을 입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사의찬미' 등에서 세련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성종완 연출은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이 시대의 사랑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의 세상의 흐름과 지금 관객의 고민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사랑'의 메시지는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게 성종완 연출의 말이다. 성종완 연출은 "배경과 콘셉트가 바뀌지만, 원작 플롯을 그대로 따른다"며 "원작에서 가장 사랑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건 모순이더라. 셰익스피어가 '사랑은 모순'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작품을 쓴 거 같다. 그런 부분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안무를 꼽았다. 성종완 연출은 "핵전쟁 이후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과 돌연변이들의 움직임이 연강홀 무대를 가득 채울 거란 기대를 갖고 만들었다. 내면적으로는 인간과 돌연변이의 사랑이지만, 무대에서 표현할 땐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큰 장점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새인 안무감독은 "돌연변이와 인간의 이야기다. 그런 부분을 관객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게 할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현장이 공개됐다. ⓒ 데일리안

떠돌이 돌연변이 소년으로 줄리엣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존재 이유를 찾는 로미오 역할에는 선 굵은 연기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조풍래와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성공적인 무대 데뷔를 마친 아이돌 그룹 보이프렌드의 동현이 캐스팅됐다.

또한 최근 화제를 모은 JTBC '팬텀싱어'와 뮤지컬 '인터뷰' '위키드' 등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배우 고은성이 트리플 캐스팅돼 '3인 3색 로미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현은 "로미오가 돌연변이기 때문에 신체적인 장애 같은 것도 있다. 세 명의 로미오는 일맥상통하지만 각자 해석이 다른 면도 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며 서로 다른 매력의 로미오를 예감케 했다.

다른 두 명의 로미오와 달리 '짐승남'의 매력을 발산한 고은성은 "로미오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사람과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짐승적인 모습의 로미오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풍래는 "오염된 세상에서 살아가던 로미오가 자기 안의 공허함을 메울 수 있도록 한 창구가 줄리엣이었다. 그것을 쫓아가는 과정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자신의 연기 주안점을 전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순수한 인간 소녀로 우연히 마주친 돌연변이 종족인 로미오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줄리엣 역에는 배우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가 캐스팅 됐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연기 내공을 줄리엣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낼지 기대를 모은다.

김다혜는 "마냥 어리고 충동적인 소녀가 아니라 뒤로 갈수록 사랑을 깨닫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찾아가는 모습을 연기한다. 감동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양서윤도 "순수하고 소망을 꿈꾸는 소녀가 사랑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가장 늦게 작품에 합류한 전예지는 "원작에서 가지고 있던 줄리엣의 사랑스러운 모습, 진취적이고 주도적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 세상에 대해서 궁금하고 갈망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니들에 비해서 줄리엣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밖에 줄리엣의 오빠 티볼트 역에 김수용과 김종구, 로미오의 친구이자 인간은 나약하고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머큐쇼 역에 박한근과 이용규가 더블 캐스팅됐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은 고전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올 겨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김수로 프로젝트 20탄 창작 뮤지컬로 오는 16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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