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스트로 사망에 남다른 애도...'혈맹의 우정'?
입력 2016.11.29 18:34
수정 2016.11.29 18:34
"한-쿠바 관계, 트럼프 집권 계기로 기존 혈맹관계 재확인"
정부, 카스트로 사망 관련 조전 발송...조문단 파견 안 해
"한-쿠바 관계, 트럼프 집권 계기로 기존 혈맹관계 재확인"
정부, 카스트로 사망 관련 조전 발송...조문단 파견 안 해
북한이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망에 대해 국가차원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는 등 각별히 예우하고 있다. 북한과 쿠바는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 선대 지도자들 사이에 쌓아온 전통적 우호관계를 계승하는 가운데, 거듭되는 핵·미사일 시험발사로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이 쿠바와의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 주재 쿠바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김정은이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을 직접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회주의 ‘혈맹국’인 쿠바에 대해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쿠바 혁명의 최고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루스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11월 28일 우리나라 주재 쿠바 대사관을 방문하시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조의록에 “탁월한 지도자는 비록 서거하였지만 그의 이름과 업적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영생할 것”이라며 “위대한 동지, 위대한 전우를 잃은 아픔을 안고, 김정은”이라고 적었다.
앞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쿠바로 파견하기도 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공화국 당 및 국가대표단이 쿠바혁명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동지의 서거에 조의를 표시하기 위해 2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한 이달 28일부터 사흘간 카스트로 사망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 동안 주요 기관 청사 등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결정했다.
북한의 이 같은 극진한 예우는 과거 반미(反美) 사회주의 전선의 동지였던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카스트로 전 의장의 특별한 우호 관계를 계승한 것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 몇 개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 수교를 맺고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 걸쳐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카스트로는 1986년 김일성의 초청으로 방북해 양국 간의 친선협조조약을 체결했고, 당시 김일성은 아무 조건 없이 소총 10만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북한과 쿠바는 반미 사회주의 전선의 동지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카스트로가 사망하면서 북한과 쿠바의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가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카스트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8년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고, 쿠바는 지난해 미국과 수교를 계기로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對)쿠바 관계 백지화 가능성을 제시하며 북한과 쿠바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성의 기로에 놓인 북한과 쿠바가 이를 계기로 기존 혈맹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29일 본보에 “카스트로는 고립무원에 처한 북한에게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인물로, 북한은 선대의 친선관계를 계승하는 차원에서라도 극진한 예우를 갖추는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 쿠바 간 관계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카스트로 사망에 대한 북한의 극진한 예우가) 북한과 쿠바 간 기존 혈맹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쿠바와 핵개발을 고수하며 고립을 자처하는 북한이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어 양국관계가 멀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생존 수단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이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 전 소장은 “북한과 쿠바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혈맹국’으로 양국 간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사안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양국 간 큰 갈등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 정부는 28일 카스트로의 사망과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직접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날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에게 조전을 발송했다"며 "주멕시코 한국 대사가 주멕시코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별도의 조문단을 쿠바에 파견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