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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통령 탄핵안에 '제3자 뇌물죄' 넣을까 고심 중

이슬기 기자
입력 2016.11.24 16:14 수정 2016.11.25 01:51

넣으면 탄핵 명분 높은 대신 헌재 심판 길어질 우려

빼면 헌재 결정 빠른 대신 '탄핵' 가능성 낮아질 걱정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이 국회추천 총리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을 일시 중단하고, 탄핵 준비에 몰두키로 했다. 당장 일주일 안에 탄핵안을 만들어 이르면 내달 2일, 늦어도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관건은 증거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가능한 한 정교한 탄핵안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야권이 기준으로 제시한 내달 본회의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탄핵안을 1일 본회의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11월 30일에는 발의돼야 한다. 12월 본회의는 1일과 2일·8일과 9일 열리는데, 탄핵안 처리만을 위해 새누리당과 본 일정 외의 개회를 협상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울러 야당 단일안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남아있어 시간적 여유가 넉넉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자체 토론회와 전문가·시민단체 등 의견 수렴까지 거쳐 각 당의 안을 만든 뒤, 다시 단일안과 향후 로드맵을 조율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탄핵안에 담을 수가 없다. 수사 중인 내용은 헌법재판소에서 증거로 삼을 수가 없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단 내달 2일 전에 야당 공동안을 만들어두되, 같은 달 5일 시작되는 국정조사에서 수집한 증거자료를 추가한 수정안을 9일 본회의에 올리자는 제안도 나온다.

설령 탄핵안을 발의했더라도, 향후 특검이나 국조를 통해 결정적인 탄핵 사유가 될만한 증거가 나올 경우엔 기존 탄핵안에 이러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한 판례가 없어 가능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검찰이 대통령 공모 범위를 언급했지만, 수사 중이라 헌재에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 단계에서 탄핵 사유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 제출함으로써 탄핵 결정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가능 여부는 더 알아봐야 하지만, 탄핵안은 국조와 호흡이 맞춰져야 한다는 취지"라고도 덧붙였다. 금태섭 국민의당 대변인도 "노무현 대통령 외에는 탄핵에 대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안을 제출한 이후에 수정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3당이 만드는 탄핵안은 검찰이 작성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공소장 내용을 기초로 한다.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피의자 신분임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공소장에 적시된 대통령의 위법 행위만 넣을 것인지, 공소장에는 빠진 ‘제3자 뇌물죄’도 추가할 것인지를 두고 심사숙고 중이다.

만약 검찰의 공소장에 당초 적시된 직권남용·공무기밀 유출·기타 범죄 공모 등만 탄핵안에 포함할 경우,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헌재의 판결을 이른 시간 내 끌어낼 수 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의 재기와 보수층 재집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야권은 시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반면 ‘제3자 뇌물죄’를 포함해 특검 및 국조에서 수집한 혐의들까지 넣으면, 혐의 입증 기간이 길어져 헌재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혐의들이 입증만 된다면, 헌재의 인용 판결을 더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어 탄핵 명분에도 한층 힘이 실린다.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은 한번 내면 공소장처럼 중간에 혐의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뇌물죄를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내 핵심관계자는 “현재 공소장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추가 입증이 필요한 혐의를 또 넣어서 헌재 판결 시간이 늘어나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도 분분하다”며 “수석의 말이니 분명 무게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공소장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헌재가 신속하게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뇌물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의 추가 수사과정을 지켜본 뒤 포함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당 일각에선 뇌물죄 역시 입증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아울러 국민의당이 오는 28일 오전까지 각당 초안을 마련해 연석회의를 열고 단일안을 만들자는 내용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이처럼 증거수집과 탄핵안 내용을 두고 고심 중인 민주당은 당장 28일까지 초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라고 원내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야권에서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도 포함해 여야 4당이 만나 공통된 탄핵안을 제출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 야3당과 무소속 의원까지 총 172석인데, 여기에 김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도 손을 잡자는 것이다.

다만 탄핵안 발의는 야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만큼,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안 발의에는 적극 동참하더라도 실제 표결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질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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