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으름장 놓는 여권 잠룡들, 결행할까?
입력 2016.11.20 07:14
수정 2016.11.20 07:19
남경필, 광역단체장부터 탈당 러시 신호탄인가?
중론은 "탈당 현실화 어렵다", "남 지사의 헐리웃 액션"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처하는 '친박 지도부'에 반발해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여권 잠룡들의 탈당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원외에서 지자체장으로 있는 이들의 탈당 움직임이 어느 정도 당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남 지사는 전날(1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 앞에서 '이정현 지도부 퇴진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는 원외 당협위원장 5인방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탈당을 결정하는 시점에 대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 지사는 "탈당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이 새로운 출발을 해야하는데, 지금 친박 지도부라는 분들이 가로막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을 끝까지 막는다면 그 때는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독일 출장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같이 공감하는 분들과 깊은 대화를 하겠다"며 "흔히 얘기하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당 쇄신도 안되고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요구도 못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며 조만간 탈당 의사를 밝힐 것임을 내비쳤다.
실제로 남 지사는 이날 저녁 식사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비박계 인사들과 함께 했고 이 자리에서 탈당에 관한 이야기가 살짝 오고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대선 주자로 불리는 남 지사는 비주류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쇄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원조 쇄신파로 불렸을 정도로 혁신에 대한 의지가 강한 편에 속하며 원내에 있지 않아 탈당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탈당의 가능성을 더욱 높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 지사의 탈당론이 차기 대권 잠룡 중 전현직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퍼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상시국회의'에서는 사퇴를 거부하는 당 지도부를 보며 더 이상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남 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모두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당 비판에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지난 13일 비상시국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심하게 말하면 공범"이라며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과 진용 그대로는 국민이 부여한 역할은 끝났다. 간판을 내리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이나 김 전 지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이들이 한꺼번에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내에 있던 사람들의 대거 탈당도 영향력이 크겠지만 현재 청와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다른 여권 인사들에 비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적은 잠재적 대선주자군이 탈당을 한다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본다"고 밝혔다.
탈당 현실화 되면 파급력은?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들의 탈당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소속이긴 하지만 당내 활동이 크지 않았던 터라 큰 지장은 없을 거라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8일 '데일리안'에 "전현직 시도지사들이 여러 상황이 맞지 않으면 탈당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이정현 지도부도 그것을 눈여겨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당론에 앞장선 남 지사의 경우 쇄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기폭제로 탈당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으로서는 아무 문제 없을 거란 설명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당이 어려울수록 당 내 사람들이 중지를 모아 헤쳐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데 탈당을 거론하는 것은 분란만 일으키는 행위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남 지사의 '헐리웃 액션'이 아닌가 생각한다. 탈당을 해도 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새누리당 개혁파들은 새누리당에서 승부를 보려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문가들의 설명처럼 당장 탈당 러시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대권주자를 포함해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러한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원 지사 측도 당이 반성하고 변화해야 하고 더 나아가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만 스스로 당을 떠나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탈당을 할 이유가 없다. 당장 나간다고 달라질 건 전혀 없다"며 탈당에 뜻이 없을 밝혔다. 남 지사 역시 이른 시일 내에 당직을 던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