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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세력 정리 끝낸 김정은, 이제 공안세력 길들이기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9.05 04:40
수정 2016.09.05 04:45

전문가 "김정은 공포정치, 야전군·당료세력 장악 과정"

"엘리트 탈북러시에 따른 관련 실세들에 대한 문책도"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12년 집권 이후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서 부상한 야전군·당료세력을 제거하는데 주력했던 김정은이 최근에는 공안세력의 권력 비대화를 경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전문가 "김정은 공포정치, 야전군·당료세력 장악 과정"
"엘리트 탈북러시에 따른 관련 실세들에 대한 문책도"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2012년 집권 이후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서 부상한 야전군·당료세력을 제거하는데 주력했던 김정은이 최근에는 공안세력의 권력 비대화를 경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북한 김용진(63) 내각 과학기술담당 부총리 처형가 처형되고, 김정은의 핵심 측근이자 천안함 폭침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71)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혁명화 교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는 지난달 31일 이 같이 밝히며 “당 선전선동부 제1부장 최휘(61)도 현재 혁명화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진 부총리는 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 때 ‘자세가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고 ‘반당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지난 7월 총살됐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무리한 통전부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 남용’이 원인이 돼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지방 농장 혁명화 교육을 받은 후 현재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휘 선전선동부장은 선전사업에서 김정은의 지적을 받고 5월 말부터 현재까지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특히 정부 당국이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김영철 통전부장이 혁명화 조치를 받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군부 대남통인 그는 지난 2009년 대남공작 총책인 정찰총국장을 맡았고,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을 맡아 대남정책을 주도하는 등 평소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웠다.

김영철은 지난 2009년 정찰총국장을 맡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미국 소니사 해킹,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을 주도한 북한 정권의 대표적 실세다. 지난해 말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았고, 현재 후임 정찰총국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영철이 임시로 정찰총국장과 통전부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체제 권력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김영철이 혁명화 조치를 받은 것은 김정은이 과거 아버지 시대 굳어진 야전군·당료세력 등 비정상적인 두 권력집단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상한 공안 세력의 권력 비대화를 경계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자신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선군을 강조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며 군을 장악할 수 있는 공안 세력을 중심으로 물갈이를 시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통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에 이어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도 모두 숙청하거나 해임시켰다. 또 북한 내부의 2인자로 불리던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 처형하면서 이용하 당 제1부부장, 장수길 당 부부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차례로 처형했다.

이처럼 기존 북한 권력층인 야전군·당료세력을 숙청·교체하며 ‘군부 길들이기’에 힘썼던 김정은이 핵심 공안세력으로 알려진 김영철에게 혁명화 조치를 내리며 이제 ‘공안 길들이기’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김영철의 죄목이 ‘권력 남용’이었던 만큼 공안세력의 권력 비대화를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본보에 “공안 권력의 한 핵심축이라고 볼 수 있는 김영철이 혁명화 조치를 받았다는 건 크게 보면 김정은 최고권부에 엘리트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김영철이 전 정찰총국장이자 현재 통전부장까지 맡고 있어 권력이 상당히 비대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혁명화 조치는) 권력 비대화를 경계하는 김정은의 경고 성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 혁명화조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최휘 선전선동부장도 북한의 공안라인으로, 선전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문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영철 통전부장이나 최휘 선전선동부장의 직책 자체가 크게 보면 대남사업까지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국제적 대북제재로 체제가 고립되는 상황, 잇단 엘리트 망명 등에 대한 부분적 책임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숙청된 김용진에 대해서는 “실세라기보다 교육계 실무형 인사로, 김정은 집권 이후 의무교육 확대나 청년중시 등 이런 사업들을 해온 걸 봐서 정권의 실권을 가졌던 권력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김용진 숙청은) 현재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시대 핵심적인 두 축인 야전군과 당료 세력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숙청된 김용진의 죄명을 보면 ‘반당반혁명적종파주의자’라는 게 나오는데, 앞서 지난 2013년 12월 처형된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죄명과 같아 장성택과 연류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권력집단 교체 차원에서 공포정치를 이어가는 것으로, 연설 중에 졸았다거나 안경을 닦았다는 지적은 처형을 위해 만들어낸 명분일 뿐, 실상은 김정일 시대 권력집단 중 하나인 당료파를 제거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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