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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상의 문제라지만...'우향우' 하는 더민주

조정한 기자
입력 2016.08.17 06:26
수정 2016.08.17 06:28

강령에 '노동자' 제외 "정체성 안 바뀌어...표현문제"

일각에선 "대선 위해 우클릭 시도할 수밖에 없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개정된 더불어민주당 강령 전문(前文)에서 '노동자' 단어가 삭제되자 지지자와 당대표 후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표현상의 문제"라며 당 정체성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집권을 위해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위원회는 지난 10일 강령·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 전문에 있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향상' 부분이 '시민의 권리향상'으로 수정돼 '노동자'라는 단어가 빠진 상태였다. 이에 대해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3인은 "노동문제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16일 'YTN 라디오'에서 "첫 문장을 바꾼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강령 개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추 후보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더민주는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한 유일한 정당인데 이런 정신이 훼손된 점에 심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 측은 "강령 전체를 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강령 관련 논쟁이 심화되자 우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은 당의 이념이 바뀌어서 생긴 문제가 아닌 표현 상의 문제다"라며 "논란이 이는 부분에 대해 몇 가지 문구를 추가하거나 정리하면 된다. 노동자,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추가하는 등의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 측은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순한 실무 검토 과정에서 ('노동자' 단어가) 빠졌는데 여기에 대해 강하게 오해를 하거나 중요한 문제로 부각이 되고 있다"면서 "실무진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도 실무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사실상 논란거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시민'이라는 단어에 농민과 노동자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노동자를 따로 빼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농민, 노동자, 장애인 모두 따로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래서 표현 과정에서 (시민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통칭할 수 있지 않겠냐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노동자'가 삭제된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일각에서는 '표현상의 문제'라는 더민주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에서 중도층을 잡기 위한 '우클릭' 행보라는 시선도 다수다. 김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당의 진보 색채를 누그러뜨렸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신중론을 선택하며 중도 보수층을 잡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는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더민주가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우향우로 가는 행보의 한 부분이다"라며 "김 대표 영입부터 당연히 (집권을 위해) 당을 변모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민주가 영국의 노동당이나 과거의 민주노동당 같은 그런 당이냐"고 반문하며 "노동자와 농민을 평소에 열심히 챙기는 정의당도 있는 상태에서 더민주는 그동안 진보적인 모습이 수권에 방해가 됐다고 생각하고 우클릭해온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친노, 친문 강경파들은 노동자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자위할 수 있을지 모르나 중도보수 내지 보수층에서 보기엔 더민주는 너무 '진보적이다'라고 재인식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면서 "그렇지만 우 원내대표도 새로운 당대표 될 사람이 결국 친노, 친문이라고 보고 사실상 코드 맞추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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