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박당’에서 비박의 선택은 ‘분당’?
입력 2016.08.11 15:39
수정 2016.08.11 15:40
개헌 명분으로 정의화·이재오 등 제3지대 흡수 가능성
구심점 약화·여당 분당 무위 그쳐 현실 타협 관측도

개헌 명분으로 정의화·이재오 등 제3지대 흡수 가능성
구심점 약화·여당 분당 무위 그쳐 현실 타협 관측도
결국 새누리당의 주인은 친박계였다. 총선 이후 4개월 만에 지도부 공백이 메워졌지만, ‘도로 친박당’이 됐다. 친박계가 총선 패배의 원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도 당심은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친박 심판’을 부르짖었던 비박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세력 열세를 뼈저리게 느꼈다. 거물급 대권 주자를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하려했던 동력도 상실했다. 이제 비박계의 대안으로 남은 건 분당뿐일까.
친박계는 9일 선출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대표는 물론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최고위원과 유창수 청년최고위원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강석호 최고위원 단 한 명만 비박계다.
총선으로 결정된 당내 구도에서 비박계는 열세였다. 129명의 의원 중 60% 이상이 친박계 혹은 그들과 가까운 중립으로 분석된다. 당원의 대부분도 친박계에 뿌리를 두면서 비박계가 김무성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당권을 재장악 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는 이는 적었다. 주호영·정병국·김용태 후보가 비박계 단일주자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당권을 향한 친박계의 분화에도 불구하고 비박계는 결국 중심 세력에서 밀려났다. 지도부가 선출된 지 딱 하루 만에 “비박계를 통해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박계) 대권 주자라고 생각하는 그분들께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홍문종 의원의 비판을 시작으로 ‘비박계 깎아 내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강 최고위원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녹취록 파문’을 겨냥, 고군분투했지만 당내 파급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주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비박계 차기 대권주자’ 김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동시에 타격을 입었다. 여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미미한 지지율을 보여 왔던 두 사람이 주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면서 대권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세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당을 더욱 깊숙이 장악한 친박계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제, 비박계의 남은 길은 분당이라는 분석이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위기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 명분은 ‘개헌’이다. 친박 체제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김 전 대표는 여권 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김 전 대표가 당권을 친박계에 내줬더라도 그는 여전히 비박계 내 명실상부한 구심점이다. 개헌을 기치로 제 3지대로의 확장에 나선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하는 길도 열려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은 올해까지라는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비박계에 대한 친박계의 박해가 본격화되면 정의화·이재오 세력과 개헌을 기치로 힘을 합칠 가능성이 있다”며 “제 3의 세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하반기는 지나야 하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개헌을 공론화시키기 위해서는 올해는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에서 분당은 곧 ‘죽음’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분당 분위기가 인다면 또 다시 무위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강성 비박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고 비상대책위원의 대부분을 비박계로 채우면서 정점으로 치달은 갈등 상황에서도 비박계의 분당설은 정말 ‘설(設)’로 끝났다. 구심점의 미미한 지지율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정치는 명분과 세력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며 “김 전 대표가 지지율이 20%가 넘는다면 몰라도 지금의 에너지로는 비박계가 분당을 감행할 경우 낙동강의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부터 차기 레이스가 벌어지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박계는 비박계대로 당 내에서 세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비박계가 힘을 합친들 친박계를 이기기 힘들다는 걸 이번에 여실히 확인한 만큼 따로 행동할 가능성은 적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비박계가 상대 계파에 흡수되는 그런 협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