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인공지능 열풍 속 연예계도 '들썩'
입력 2016.03.19 07:48
수정 2016.03.19 07:49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로 인공지능 관심 집중
영화 드라마 가요계 등 '알파고 창의력' 기대
한국 사회, 아니 전세계가 알파고 열풍이다. 아니 열풍이라는 표현 보다는 쇼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 시켰지만 그 원동력은 바둑이 아니다. 바둑을 통해 인간과의 대결을 펼친 알파고를 보며 전세계인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바꿀지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서서히 열려가고 있으며 드론도 실생활 깊이까지 들어왔다. 이제 인공지능은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침투할 것이다.
알파고를 통해 본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들의 반응은 우선 공포다.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를 통해 그려진 미래세계에서 인공지능은 무시무시한 존재인 경우가 많았다. 인공지능인 스카이넷이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어 인류에게 참혹한 미래를 선사한 상황을 그려낸 영화 ‘터미네이터’가 이제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 놓은 곳은 바로 영화계를 필두로 한 연예계다. 그렇다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연예계에선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본적으로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은 학습능력은 탁월하다. 홀로 바둑을 학습해 이세돌 9단과 맞서며 학습능력의 저력을 충분히 드러낸 알파고다. 따라서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한 영역인 연기에선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로봇이 배우로 출연하는 영화와 연극, 오페라 등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것.
‘미온’으로 불리는 로봇이 출연한 창작오페라 ‘마이 스퀘어 레이디’, 안드로이드 로봇 ‘제미노이드 F’가 출연한 영화 ‘사요나라’, ‘제미노이드 F’가 출연한 로봇 연극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로봇 여배우 제미노이드 F는 기본적인 대사 처리는 기본, 표정 연기까지 선보인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부분은 알파고의 창의력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창의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미 구글의 인공지능은 이미 미술계에 연착륙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갤러리에서 ‘딥 드림(Deep dream)’이란 타이틀을 걸고 인공지능으로 그린 그림 경매를 열었는데 최고가가 9000달러, 한화로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록했다. 이날 전시된 그림은 구글 엔지니어들과 화가들이 네트워크를 학습시켜 만든 이미지 합성 알고리듬 ‘인셉셔니즘(Inceptionism)’으로 제작한 초현실적인 그림들이었다.
과연 인공지능이 영화나 드라마, 내지는 연극의 대본도 쓸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과 인물 설정 등의 작업을 토대로 배우들 사이의 대화, 기본적인 지문 등을 쓰는 작업에선 인공지능이 충분히 활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유명 작가들은 휘하에 여러 명의 보조 작가를 두고 작업한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작가가 입력한 명령에 따라 보조 작가들이 하는 영역의 일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술이 더욱 진보한다면 언젠가 노벨문학상 자리를 두고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쟁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주 먼 미래는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적인 글쓰기 보다는 상업적인 글쓰기에서 인공지능은 더욱 빨리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인 글, 다시 말해 영화나 드라마 대본 등은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흥행 요서를 적절히 분배해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노벨문학상을 다투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인간과 인공지능이 아카데미 영화제 대본상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작곡에선 인공지능이 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노래를 작곡하는 인공지능은 존재한다. 지난 2010년부터 미국 UC 산타크루즈 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 ‘에밀리 하월’이 작곡한 곡들은 판매되고 있는 것. 인공지능은 비교적 가까운 영역인 탓인지 컴퓨터 게임에 사용되는 음악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가요관계자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대중가요계에선 소위 말하는 흥행 코드가 존재한다”며 “이런 저런 코드를 적절히 활용한 곡은 히트한다는 뜻으로 너무 그런 코드를 자주 활용하고 거기에 얽매이는 곡은 예술적인 평가는 낮게 받을 지라도 히트를 치는 경우는 많다. 이런 코드를 적절히 활용해서 작곡을 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더 뛰어 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요즘 케이팝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활용하는 후크송이 대세인데 메인 멜로디 테마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활용해 곡을 완성할 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 지능은 이미 악기 연주도 가능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인공지능은 지난 2011년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다. 무려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테오 트로니코는 1000곡 이상의 피아노 명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에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와 이탈리아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연주 대결을 벌인다. 이미 인공지능은 피아노 외에도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노래까지 부르는 인공지능도 활용되고 있다.
가요관계자들은 멀지 않아 인공지능 멤버를 영입한 그룹이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을 감안하면 솔로 가수로의 데뷔는 어려움이 있을 지라도 그룹의 멤버로 가세해 제한적인 역할을 맡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인다.
앞서의 가요관계자는 “충분히 가능한 사안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인공지능 멤버가 가세한 걸그룹이 데뷔할 수도 있다”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엄청난 화제성이 잠재돼 있는 만큼 단 번에 세계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가요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인공지능 멤버를 영입하는 데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부분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연예 관계자들이 인공 지능이 가장 무시무시한 저력을 발휘할 분야로 영화 배급 시스템을 언급한다. 요즘 극장가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스크린 독과점이 화두다. 한두 편의 대작이 상영관의 과반을 넘어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해 극장의 수익성을 감안해야 하는 기업 논리로 풀이한다면 당연한 결정일 수도 있다.
관객에게 보다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은 영화들도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지만 상업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면 관객이 더 많이 찾는 영화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치하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이런 부분에서 영화적인 가치,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접근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멀티플렉스 극장의 상영관 배정에 도입된다면 100% 상업적인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인공지능은 충분히 이 정도 일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이 그 일을 대신한다면 가치적인 접근은 철저히 배제되고 상업적인 측면만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