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없다던 더민주, 청년 비례도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6.03.16 09:17
수정 2016.03.16 09:19
김빈, 면접 5분 보고 '탈락'..."재심 신청 접수했다"
"청년들에게 100만 원 뜯고 면접 한 번 보고 아웃?"
더민주의 공천이 심상찮다. 청년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김빈 빈컴퍼티 대표는 전날 면접 본지 3시간 만에 문자로 '비례대표 탈락' 소식을 접했다. 이를 두고 본인은 물론, 다른 면접 대상자들까지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내면서 쳥년 비례대표조차 당내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더민주가 6번째로 영입한 인사다.
이와 같은 문제는 허술한 '공천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더민주는 '공천 과정의 효율성'을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비대위에게 총선 관련 전권을 넘겼다. 여기에 비례대표 선출 권한도 포함되면서 '밀실 공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의 전신)은 케이블 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형식을 차용해 공천을 치렀다. 한 달여 모집 기간 동안 청년 372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후 서류 심사, 심층 면접, 청년 캠프 등을 거치며 최종 후보 16명을 걸러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모집된 청년선거인단이 사흘간 모바일 투표를 하면 득표순으로 당선 가능권에 배치되는 '최종 4명'이 가려졌다. 이 중 최고 득표를 받은 1명은 청년 몫 최고위원으로 임명돼 당 지도부로 입성했다.
이에 비해 20대 '청년 비례대표' 선발 과정은 서류 심사와 면접뿐이었다.
김빈 대표는 청년 비례대표 면접을 마친 뒤 자신의 SNS에 "방금 청년 비례대표 면접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으나, 3시간 뒤 "면접 잘 봤다고 글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컷오프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식적으로 당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없지만 '통과됐다'는 명단에 김빈은 없었다"며 "면접 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 어떤 설명도 없고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오후 당에 재심 신청을 접수했다.
더민주에 청년 비례 대표를 응모했던 한 인사도 "완전 밀실공천이다. 청년들에게 100만 원 뜯었으면서 면접 한 번 보고 아웃이냐"며 공천 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배경 없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아웃인가 싶다. 지난번(19대 총선)에는 토너먼트니 합숙이니 하면서 나름 잘 골라내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완전 밀실공천인 것 같다"며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과 관계있는 후보, 일부 비대위원이 밀어주는 여자 후보 등이 뽑히고 있는 상황을 보면 어떻게 돼가는지 알 수 있다. 한 비대위원은 김 대표를 (청년 비례대표 공천에서)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청년 비례대표 면접 결과 남성은 장경태·김규완 예비후보가, 여성은 정은혜·최유진 예비후보가 각각 경선 후보자로 뽑혔다. 이중 김 후보는 홍 공관위원장이 지난 17대 국회의원 시절 의원실에서 7급 비서로 4년 동안 근무한 경력과 18, 19대 때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더민주는 15일 새누리당 관련 경력이 더민주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김 대표에 대해 "면접을 보면서 질의하고 바로 점수를 집계 시스템에 집어넣는다. 왜 이렇게 의혹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질의 응답 시간이 5분인 것은 다들 비슷했다. 자기소개 시간에 따라 1~2분 차이 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더민주 지지자들은 김 대표의 SNS에 '더민주 어벤저스 영입으로 없던 희망을 주더니 이렇게 등에 칼을 꽂는 이유가 알고 싶다' '필요할 때만 써먹는 것도 아니고 경선이라도 시켜주지' '안타깝네요. 보이지 않는 손, 보이는 손'이라는 글을 남기며 당의 결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