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 기업-정부 간 소송전까지 이어질까?
입력 2016.02.16 05:44
수정 2016.02.16 05:45
소송 만약 이뤄지면 기업들 승소할 가능성 낮아
"안보 위기상황, 남북관계 특수성 때문"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기업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개성공단 기업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지난 2013년 8월 남북 당국 간 합의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1항을 거론하며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킨 정부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 12일 밝힌 상황이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문제 삼고 있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1항은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들이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힌 상황인 만큼 이와 관련 정부는 기업들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일각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의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국민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기업 피해는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15일 '데일리안'에 "정부에 대한 소송은 현재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최후의 수단일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경우 법률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승소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업들이 문제 삼고 있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는 남북 당국 간 합의이기 때문에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 책임을 져야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민간이 정부가 약속한 내용을 믿고 어떤 처분이나 투자를 했다가 손해가 발생하면 이는 정부의 책임이라는 행정법상 이론이 있지만 남북 합의서 채택이후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 별도의 확약을 주지 않았다. 이 부분 때문에 법적인 소송 절차에 들어가면 개성공단 기업들이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개성공단이라는 지역이 남북 관계나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경영 환경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통념'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간 이후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기업들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원 법무법인 을지 변호사는 15일 '데일리안'에 "만약 소송이 일어난다면, 남북 합의는 법률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라는 법률행위로 봐야할 것인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특히 현재 한반도 상황이 안보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있고, 개성공단이 남북관계나 정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남북협력기금의 대출상환 유예 및 만기연장 △경협보험 가입 기업에 대한 보험금 지급(투자 손실액의 90%, 기업당 70억원 이내) △기업들에 이뤄진 대출 상환 유예 △금융수수료 부담 완화 △긴급 경영언정 자금 지원 등 긴급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률전문가는 본보에 "만약 소송이 이뤄진다면 기업들이 입주할 당시 어느 정도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하고 위험부담을 감수해서 들어갔다는 점이 적용될 것 같다"면서 "특히 기업들이 남북 합의서 제1조를 근거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불리할 것이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법적 구속력이 강력하게 적용되려면 정부와 기업 간 별도의 약속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