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여당 혁신모임...제2의 미래연대는 언제쯤?
입력 2016.01.20 06:44
수정 2016.01.20 06:45
합리적·개혁적 보수 표방하며 출범한 '정치연대 플러스' 종적 감춘 듯
전문가 "당 혁신보다는 자신의 당락과 유불리만 셈하는 안타까운 상황"

'합리적·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출범한 새누리당 내 혁신모임 '정치연대 플러스'(이하 정치연대)가 자취를 감춘 듯하다. 16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쇄신을 이끌었던 '미래연대'와 같은 구실을 하게 될까하는 기대와 정치 신인들의 20대 총선 등용문이 아니냐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지만 결국 허울 뿐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원내·외 인사 100여명이 모인 '정치연대'는 지난해 10월 30일 창립됐다. 재선인 조해진 의원과 허숭 당 대표 부실장·이재교 세종대 교수가 정치연대의 공동대표를, 이주영·정우택 의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권신일 성북문화관광발전소장 등 20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출마자들이 일부 포함됐다.
창립대회 당시 정치연대는 "정치가 여전히 진영대결과 당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이 주도적으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연대는 구태와 분열의 마이너스 정치를 청산하고 혁신과 통합의 플러스 정치를 원하는 세력들과 정치연대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창립 이후 알려진 정치연대의 활동은 지난해 11월 허숭 대표의 선거구 획정 촉구 1인 시위 뿐이다. 허 대표는 "선거구 획정 때까지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한다"면서 "상징적으로 국회 정문에서 시작해 내일부터는 지역별로 국회의원 선거구 곳곳에서 릴레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협상 난항으로 총선이 80여일 남은 지금까지도 선거구가 공백인 가운데 정치연대의 1인 시위는 중단된 상태다. 허숭 공동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했었다"며 "요즘은 선거운동을 하느라 계속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도 국회에서 공천 문제와 관련된 세미나를 열었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정치연대의 세미나보다 '정치연대'라는 이름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명함이다. 서울 성북갑에 출사표를 던진 권신일 예비후보·서울 양천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안산 단원을에서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허숭 부실장 등의 이력에는 정치연대의 직책이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함에 한 줄이라도 더 넣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치연대나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와 같은 여당 내 혁신 그룹들이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쇄신을 이끌었던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지사·정병국 의원)으로 대표되는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 미래연대, 17대의 수요모임, 18대의 민본21을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모양새다.
16대 국회 개원 이후 미래연대는 기성정치가 외면해 온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하는 세대 간 징검다리 역할을 목표로 구태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당 개혁과 쇄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미래연대에는 원내 인사가 19명에 달했고 원외 지구당위원장도 10명이었다. 이들은 당 총재 1인의 조직 정당체제를 민주적 집단지도체제인 최고위원회를 도입하는 일에 앞장섰고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새누리당 안에 혁신이라는 깃발은 없어졌다"며 "그동안 혁신이라고 하면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좀 더 전향적인 정책을 개발해서 총선 경쟁력을 높이는 게 혁신의 기본 개념이지만 지금은 당의 혁신보다는 자신의 당락과 유불리만 셈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은 16·17·18대 국회의 혁신그룹 목소리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거의 사멸돼버리고 오직 당선만을 위해서 대통령과의 관계만 집중하거나, 몸보신 용으로 목소리를 낮추는 그런 형국이 돼버렸기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라든지 당의 혁신 기조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