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결혼 생각보다 연기가 더 좋아"(인터뷰)
입력 2015.10.30 09:18
수정 2015.11.02 09:05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서 까칠한 여배우 서정 역
"악역, 제대로된 멜로 하고파…영화 흥행 욕심"
"1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닌지 불안했는데 영화를 딱 보는 순간 자신감이 생겼죠. '자랑스러운 내 작품'이라고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28일 개봉·감독 전윤수)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을 갖췄다. 영화는 왕년의 친구들, 미녀와 야수 커플, 안타까운 부녀 등 세 이야기를 엮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후 편집에만 1년을 공들였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극 중 까칠한 여배우 서정으로 분한 성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성유리는 "완성본이 정말 궁금했다"며 "감독님이 후반 작업을 열심히 한 덕에 따뜻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성유리는 김성균과 함께 '사랑해' 에피소드를 그렸다. 도도한 서정을 10년째 지켜주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해내는 태영의 사랑은 '사랑의 참된 모습'을 일깨운다.
'미녀와 야수 커플'일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의외의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를 발산한다.
"현실에서 없을 법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어요. 성균 오빠가 키다리 아저씨 같았죠. 태영이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간 악역을 주로 맡은 김성균에 대해선 "악역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착한 선배"라며 "소녀 같은 '순둥이'"라고 했다.
1998년 원조 아이돌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성유리는 MBC '막상막하'(2002)를 통해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SBS '천년지애'(2003) 때 어색한 발음으로 뱉은 대사 "내가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는 놀림거리로 남았다.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에 도전한 그는 '쾌도 홍길동'(2008), '로맨스 타운'(2011), '신들의 만찬'(2012) 등 차근차근 계단을 밟으며 연기력 논란을 극복했다. '토끼와 리저드'(2009), '누나'(2013),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2014) 등 단편·독립 영화의 문도 두드렸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오랜만에 도전한 상업 영화다. "예산이 적은 단편 영화를 찍을 땐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하긴 했어요. 우여곡절을 거쳐 개봉했을 땐 정말 뿌듯했죠. 상업 영화는 연기 이외의 것들을 신경 안 써도 돼서 마음이 놓였어요. 든든한 지원군이 힘이 됐거든요."
성유리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부담 없이 선택했다고 했다. 여러 배우가 출연하는 옴니버스 영화였기 때문에 가볍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생각보다 어려운 게 연기였고, 또 영화였다.
"하나하나가 어려웠어요. 기존에 제가 보여준 모습과 다른 모습을 표현하도록 노력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했습니다."
실제 여배우가 여배우 캐릭터를 연기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을 터. 성유리는 "배우는 좀 더 완벽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까다로워지고 까칠해지기도 한다. 지금 잘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가 없어서다. 이런 부분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여배우 캐릭터답게 비주얼은 꽤 화려하다. 비키니, 드레스, 원피스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나온다.
"워낙 예쁜 역할이라 '비주얼은 내려놓자'라는 생각으로 찍었는데 정말 예쁘고 아름답게 나온 거예요. 하하. 인생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한 건 참 다행이에요. 촬영 감독님께 90도 인사를 하면서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습니다(웃음)."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 차를 훌쩍 넘은 그에게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가장 특별한 작품'이란다. 전 감독은 성유리에게 '이번 영화로 삶이 달라진다'고 자신했다고.
"개봉이 늦어지면서 불안했는데 감독님이 '너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고 하셨죠. 맞는 말이에요. 정말 자랑스럽답니다(웃음)."
영화 촬영 내내 성유리는 행복하고 건강한 기운을 듬뿍 받았다. 이전 작품 '출생의 비밀'에서 모성애 연기로 지쳤던 마음과 체력은 이번 영화를 통해 활기를 찾았다. 자신감도 덩달아 따라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정을 느꼈어요. 행복하게 찍으면 무슨 일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진리도 깨우쳤고요. 마지막 촬영 땐 스태프들이 꽃 한 송이씩 줬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죠."
그간 비교적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성유리는 "드라마, 영화 상관없이 하고 싶다"며 "'영화배우만 할래'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멜로 또는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뽀얀 피부를 유지하는 '동안 미모' 비결에 대해선 "30대를 넘어서며 운동을 시작했다"며 "피부 관리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타고난 동안'이라는 얘기다.
성유리는 프로골퍼 안성현과 2년째 열애 중이다. 원조 요정의 결혼 계획을 물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한 친구들 모두 늦게 하라고 하고...하하. 어떤 선택이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이 더 좋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