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포는 쏴야겠고 눈치는 봐야겠고...뒷목 잡는 김정은
입력 2015.10.02 15:44
수정 2015.10.02 16:04
국제 사회 압박 강력해 핵도발 쉽지 않을듯
전문가들 "미사일 발사하면 김정은 판단일 것"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 70주년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던 북한 당국의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발사 등 ‘정주년’ 이벤트를 거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70주년 등 정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2012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두 차례에 걸쳐 발사, 축포로 활용한 바 있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이틀 앞둔 4월 13일에 은하 3호가, 같은 해 12월 12일에는 은하3호-2호기가 발사됐다.
전문가들은 당 창건일이 북한에서 손을 꼽는 국가의 기념일인 만큼, 정주년 축포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핵실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의 강력한 우방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달 25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라는 강력한 대북메시지를 보낸 만큼 미사일 발사 일정을 쉽게 잡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도 이번 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미사일 발사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달 14, 15일 연 이틀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시사한 직후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정상회담, 장관급 회담이 연이어 진행되는 상황도 북한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상황이다.
안 소장은 “아직 미사일 동체가 동창리로 움직였다는 첩보가 없기 때문에 시간상 당 창건일인 10일 이후 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또한 10월 중순 한미정상회담이 있기 때문에 회담을 본 후 17일이나 18일경에 쏠 가능성도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핵실험은 북한의 마지막 카드이기도 하고, 현재 북한이 핵실험할 여건은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미사일은 당 창건일 즈음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0일 이전에 발사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봐야한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현재까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의 도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여러 도발과 관련된 임박된 징후는 없다"면서 "북한이 10월 10일 행사와 관련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고 잘 살펴보고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위험한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전략가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현 시점에서 미사일·핵 도발 등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염돈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본보에 “북한은 핵실험의 경우 기술적인 준비가 돼 있을 경우, 국가적 행사와 상관없이 감행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핵실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장거리미사일의 경우에도 북한 전략가들이 합리적이라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만약 당 창건일을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는 김정은의 지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에 따르면 현학봉 주 영국 북한대사는 영국 런던 소재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서 연설을 통해 '핵 탄두'를 운운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현학봉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범위가 한반도 경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수십배 강한 파괴력을 가진 핵 탄두가 태평양을 건너 날아갈 것이다. 핵 전쟁에는 핵 전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