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법' 통과되면 태완이 범인도 잡게 해주세요
입력 2015.07.24 09:26
수정 2015.07.24 09:35
변호사들 "공소시효 폐지 건 소급적용 않는게 대원칙"
네티즌들 아고라 등 통해 "적용해달라" 청원운동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태완이 사건(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은 해당 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앞서 21일 현행법상 25년으로 규정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의로 타인을 살해한 죄로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황산테러로 당시 6세였던 김태완 군이 사건발생 49일 만에 세상을 떠난 것과 관련,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자 추진됐다.
국회에서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했으나 좀처럼 여야 간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6월 26일 김 군의 부모가 낸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이 직접 법원에 피의자를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을 대법원이 최종 기각해 영구미제로 확정되면서 이번 7월 임시국회 회기에 극적으로 논의,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다만 모든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원안의 내용과 달리 강간치사·폭행치사·상해치사·존속살인 등은 공소시효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법안에서 제외된 이들 죄목에 대해서는 법사위 논의 당시 개별법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정안이 법안심사 소위를 무난히 통과해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해당 법안 발의에 결정적 원인이 된 태완이 사건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불만과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현재 네티즌들은 온라인을 통해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1일부터 '강력범죄 공소시효폐지 태완이사건 및 아동미제사건 적용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23일 오후 5시 현재 250여명이 서명했으며, 이번 서명운동은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청원글 아래에는 "태완이도 적용 받게 해 주세요"(수***),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하고 소급적용 되어야지요"(허**), "소급적용 해주세요. 살인범은 세상 끝날 때까지라도 추적해 잡아야 합니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태완이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이 이뤄지길 청원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태완이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3일 '데일리안'에 "태완이법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법 원칙에는 '법률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가해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시행되던 법을 따르는 것이 법률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완이 사건을 예외적으로 소급적용할 가능성과 관련, "사회정의에 비춰봤을 때 소급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정해지면 허용은 되겠지만, 다시 말해 아주 예외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법률 불소급이 원칙이라 태완이법이 시행된 이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법 법안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만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의도, 고의가 있었다면 살인죄가 되는 것이고 고의가 없었는데 사람이 죽었으면 폭행치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태완이 사건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헌 변호사(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이날 본보에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끝난 부분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시효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연장되거나 폐지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예 종료된 건에 대해서 소급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사실 미국의 경우도 그렇고 말하자면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와 국민정서, 법감정에 맞춰 입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태완이법은 당초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돌연 취소되면서 현재까지도 추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서영교 의원실의 관계자는 "24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계획대로 열리게 되면 이상민 법사위원장께서 24일 오전에라도 급하게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며 "꼭 24일이 아니더라도 이번 국회가 추경처리 때문에 열린 만큼, 추경안을 처리할 때 이 법안이 같이 (본회의에) 올라가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비토(거부)하는 경우가 흔치 않고 본회의도 마찬가지"라며 법안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무사히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그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영구미제 사건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앞으로 태완이 사건은 물론 3대 미제사건들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한지 다양한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빠진 강간치사·유기치사 등에 대해서는 개별법으로 해서 최대한 빨리 발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