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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은 과잉형법의 표적물, 이번엔 사면해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5.07.16 10:03 수정 2015.07.16 10:32

<칼럼>기준 부합하면 누구든지 사면대상 포함돼야한다

지난주 그리스 발 불안과 중국 증시의 급등락 등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국내에서는 배신이다, 하극상이다, 뒤숭숭하기만 했다. 이번주 들어 독일의 메르켈 총리, 중국 지도부, 그리고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문제가 진정되거나 이슈가 소멸했다. 여당 대표의 현명한 판단도 한 몫 했다.

때맞춰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대통령은 “올해를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여러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 재도약의 원년(元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다. 가뭄에 비 같은 소식이다. 환영한다.

기업인도 사면대상에 포함시켜야

야당은 이번에도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면에 대한 기준이 들쭉날쭉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근래 기업인의 자살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로비가 사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야당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따라서 납득할만한 사면의 기준과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야당이 주장하듯이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누구든지 그 기준에 부합한다면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허용돼야 한다. 기업인이라고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차라리 국회의원의 사면은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할 것이 아닌가? 국민은 대체로 의회를 불신하고 국회의원들을 싫어한다. 국민의 여론에 따른다면 국회의원의 사면은 절대적으로 그리고 영구히 금지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펄쩍 뒬 것이다. 자신들만 사면에서 제외하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면서 말이다. 그것처럼 기업인만을 사면에서 제외하는 것도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특사 언급이후 이번에야말로 기업인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에 위치한 한 교도소 내부 풍경.ⓒ연합뉴스

기업인의 사면은 과잉형법의 영향이 크다. 기업인은 '형사책임의 올가미'에 엮어 넣을 ‘움직이는 목표물’이다. 기업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칫 바람만 불어도 교도소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일반범죄보다도 기업이 관여하는 행정규제위반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고 기소율도 60%로서 일반범죄의 기소율 30%의 배에 이른다. 기업인의 경영판단의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면 기업가정신은 무력화된다. 이는 사회 전체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기업의 경쟁력, 결국은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뿐이다.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총수 사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총수를 사면해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 평소에는 투자를 않다가 감옥 가고 사면되면 비로소 투자를 할 것처럼 읍소하는 심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항변도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총수 몇 사람의 사면으로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는 않는다.

기업총수에 대한 사면의 취지는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회 전반의 기업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주인이 없는 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임직원 모두가 긴장하고 분위기는 어수선하며, 간부는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비상체제에서는 아무래도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세울 수밖에 없으므로 일시적으로 영업실적이 나빠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보면, 경제위기 이후 오너경영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를 돌파할 때는 오너의 존재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위기의 국면에서는 오너만이 과감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사면을 거론한 것이라 본다.

사면은 복지정책이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복지경쟁을 했다. 맞춤형 복지팀이 우승했다. 그 팀이 현 정부이다.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평생 범죄자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것, 그래서 자력갱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요 최고의 맞춤형 복지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 1037만명을 사면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중반이 지나도록 겨우 50900여명 정도를 사면했다.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대선공약을 실천한 결과이다. 그러나 남용을 말아야지 아예 하지 않는 것은 맞춤형 복지공약 위반이다. 전과자에게 맞춤형 복지란 사면인 것이다.

사면의 문제점은 개선하되 범죄자도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본래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강력범·흉악범·민생을 해치는 사기범을 제외하고 경범죄나 경제범에 대하여는 사면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국민이 미워하는 정치인도 예외일 수 없으며, 기업인이나 기업총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법 앞에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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