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없어 서럽던 SK, 광복절 특사 소식에...
입력 2015.07.13 12:07
수정 2015.07.13 12:09
2년 6개월 수감 기간 동안 성장동력 확보 줄줄이 실패
최태원 회장 형기 3분의 2 채워…기업인 사면 단행시 1순위 꼽혀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실시 방침이 전해지면서 SK그룹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오너의 부재로 겪었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수석들은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특사 대상에 기업인까지 포함될 경우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은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구속 이후 2년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으며, 8월 15일이면 형기의 3분의 2가량을 채우게 된다. 법적 가석방 요건(형기의 3분의 1)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사면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최 회장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
SK그룹은 최 회장 수감 이전인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 회장이 수감된 2013년 1월 이후 굵직한 M&A나 사업권 확보 경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사례가 전무하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0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SK네트웍스가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으나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 호텔신라)과 한화갤러리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올 초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으나 입찰액에서 롯데그룹에 밀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3년에는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서 탈락했고, SK E&S는 STX에너지(현 GS E&R) 인수를 철회했다. 지난해도 SK에너지의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
이처럼 오너 부재로 설움을 겪어 온 SK그룹에게 이번 광복절 특사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광복절 특사 소식을 전해들은 SK그룹 임직원들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관계자는 “특별사면 발표가 나긴 했지만, 정확한 배경이나 사면 대상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기업인 사면이 이뤄진다면 최 회장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미 2년 6개월간 묵묵히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메르스 사태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