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배지도 뗀 김정은, 홀로서기 몸부림치는 이유가...
입력 2015.07.13 08:50
수정 2015.07.13 09:43
탈북자들 "휘장 미착용, 일반인 상상할 수 없는 행위"
전문가 "자기 생일 공식화나 초상화 안나와 지켜봐야"
올해 들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 간부들을 연이어 숙청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홀로서기’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때 자신의 일천한 경험과 나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일성의 복장, 헤어스타일, 외모 등을 따라하면서 권위를 이어받으려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정은이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이 최근 김일성·김정일의 ‘태양상’이 새겨진 배지(초상휘장)을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는 것은 이 같은 ‘홀로서기’ 행보를 뒷받침해주고 있으며 새롭게 문을 연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도 김일성의 초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현영철,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노경준 최고사령부 10여단장, 당 재정경리부장 등이 소리 없이 숙청된 것도 김일성·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안'에 “김정은이 최근 수령으로서 과감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나타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청진 출신의 탈북자도 “김정일도 김일성 생존 당시 당 지도를 했었는데 당시에는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다가 일정한 권력에 올라선 이후부터는 휘장을 달지 않았다"면서 "김정은도 초창기에는 대를 이은 영도라는 점에서 달고 다녔겠지만 이제 본인의 홀로서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일성 사망 21주기를 맞이한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엄숙한 자리에서 조차도 착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휘장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6일 김일성의 103회 생일을 기념해 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당시에는 배지를 착용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김정은이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에서도 배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통신이 지난달 22일 보도한 김정은의 여성전투비행사 비행훈련 참관사진에서도 김정은 가슴에 배지는 없었다. 고사포병 사격경지 참관당시에도 배지를 달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외에도 수차례 배지를 달지 않은 김정은의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김정은 집권 초기와 비교해보자면 현재 김정은은 자기 나름대로의 통치스타일로 홀로서기를 뚜렷하게 하려는 점이 다르다”면서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이미지로 인한 아바타로 시작해서 지금은 독자적인 수령으로서 자리매김 하려한다는 점이 (집권 초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최근 배지를 달지 않은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2012년과 달라진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아직 자신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않았고 자신의 초상화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두고봐야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군정치의 지도자로 시작한 김정은이 시간이 지날수록 민생·경제 등에 대한 현지지도 횟수를 늘리면서 민생에 신경 쓰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김정은은 최근 채소협동농장, 육아원, 자라공장, 양어장, 평양 순안공항 등 군사 분야의 현지지도 보다는 경제·민생과 관련된 현지지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12년과 지금 김정은의 이미지는 상당히 큰 변화가 있는데, 당시에는 김정은을 선군지도자라고 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그렇지만 지금 보면 경제와 관련된 것이 상당히 많고 시간이 갈수록 경제분야에 대한 지도가 늘어나면서 선군지도자 이미지 못지않게 민생을 책임지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최근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져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김정은의 정책 성과라고 보기보다는 시장경제의 성과, 주민들의 장마당이 만들어내는 성과”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경마장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양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은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는 등 계층간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이 (김정은 집권 초기와) 달라진 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