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4.29재보선 변수될까
입력 2015.04.01 08:54
수정 2015.04.01 09:01
새누리 가족협의회와 면담, 새정치 세월호 고리로 정권심판론 제기
1년전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 사고의 1주기가 다가오면서 세월호가 다시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4·29 재보궐선거 기간과 겹치면서 세월호가 재보선 판도에 미칠 파장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전면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416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2시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과 경찰간 몸싸움이 벌어져 유가족과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등 총 3명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연행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46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3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진상규명도 하지 말라는 것으로 아예 말도 안 되는 안”이라며 “이 시행령이 철회가 안 될 경우 1주기 행사 또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나서 아이들한테 맛있는 거 하나 얹어 주고 추모도 하는 것이지, 지금 이 상태에서 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기도 싫고, 시행령안 철회가 안 되면 추모행사 또한 안 할 것으로 우리가 계획을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련 “시행령 저지에 최선 다할 것” 세월호 고리로 정권심판론 제기
세월호가 다시 거리로 나오면서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시작도 못하고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세월호 1주기인 내달 16일이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과 겹치면서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움직인 쪽은 새정치연합이다. 재보선에서 세월호 참사를 고리로 삼아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시행령안이 계기가 된 듯 지난 30일 서울 관악을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는 세월호 문제를 두고 정권심판을 외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문재인 대표는 “1년도 안돼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 당은 저부의 진상규명 방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우윤근 원내대표는 “진실을 향한 시행령이 아니라 세월호를 통제하는 통제령이고, 진실을 은폐하는 은폐 시행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의 민생실패와 무능에 대한 견제와 경고, 심판의 성격이 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이 돼야 할 시행령이 해결을 막는 통제령이 되고 있다”며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당장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철회하고 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당은 유가족, 국민과 함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문 대표의 경우 지난해 동조단식을 한 경험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 측과 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 그리고 지지층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세월호 문제를 선거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역풍을 맞았고,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월호에 마냥 무게추를 싣기에는 다소 위험한 면도 있다.
새누리당 “자꾸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면 김동수 의인같은 일이 생길수도”
새누리당도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세월호 유가족이 반발하는 시행령안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유가족간의 가교역할을 하는 동시에 배·보상과 인양에 대해서는 정부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으로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에서는 정책위와 상임위 중심으로 세월호 1주기 전에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회의 직후에는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면담을 가졌다.
유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부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촉구했고, 기술검토가 끝날 시점이 됐으니 정부가 조속히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한다는 말을 했다”며 “배·보상 문제는 국무회의에 시행령이 통과되면 정부가 절차를 따라 잘 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행령안에 대해서는 “세월호특조의 기자회견이나 가족협의회의 회견문을 다 잘 읽어봤다”며 “시행령은 정부가 결정하는 영역이지만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부에 건의할 게 있으면 일단 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족협의회 측은 비공개 면담에서 시행령안에서 특위 사무처 인원이 당초 요구한 120명에서 30명이 줄어든 90명으로 규정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여당이 시행령안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조사 인원은 90명에서 출발하지만 120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조사 기능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생각은 해양수산부도 없을 것이고 당으로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김명연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야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 생존 학생들,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게 잘 돌보는 노력을 해야지 자꾸 정치적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며 “가족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게 풀어지지 않으면 최근 김동수 의인같은 일이 계속 꼬리를 물고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