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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이완구 인준 미뤘지만 '충청 민심' 골머리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2.13 08:07
수정 2015.02.13 08:14

세번째 낙마시킬 경우 '발목잡는 정당' 여론 역풍 맞을수도

'호남총리' 발언에 새누리당 "지역 차별" 프레임 걸릴 우려도 작용

문재인 새누리당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날치기 단독 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이완구 총리 후보 인사청문특위 한선교 위원장이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특위를 개회한뒤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자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와 홍종학, 김경협, 진성준 의원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오는 16일로 연기하면서, 총리 인준을 두고 복잡한 ‘속앓이’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다. 일단 ‘순연’으로 시간은 벌었지만, 여론 표결여부는 물론 참석여부조차 일관된 당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조해진·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오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회동 결과 “2015년 2월 12일 본회의 의사일정을 2015년 2월 16일 14시로 연기하는 데 합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16일 본회의 참석여부에에 대해 안 수석은 “그날 아침에 의총을 열어서 의원들의 총의 모은 뒤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양당이 본회의에 모두 참석하면 좋겠다는 권고사항을 말씀하셨고, 우리당은 그 여부까지 다 포함해서 16일 의총을 거쳐서 최종 판단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에 대해 ‘각종 의혹에 대해 거짓말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 마디로 총리로서는 부적격자’라고 규정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경우, 본회의 자체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전날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를 오는 23일 또는 24일에 열어 설 연휴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의사일정대로 12일에 열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정 의장이 설 연휴 전에 열것을 제안했지만, 양당 모두 거부했다. 안규백 수석도 “새누리당이 우리 제안을 거부했으니 오늘 의총에서 ‘자진사퇴’로 결론 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국회를 단독으로 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새정치연합은 입장을 선회해 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에 새누리당 역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6일 본회의 순연’에 합의를 이뤘다. ‘절대 불가’에서 사실상 강도를 낮추고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충청권 민심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녹취록’ 사건으로 이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불거진 데다, 차남의 재산과 본인의 병역 문제 등 도덕성 관련 의혹도 일면서 당내에서는 ‘낙마시켜야한다’는 강경 여론이 불 붙었다. 아울러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일부 여론도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격하다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반대 당론’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획득한 듯 보였다.

그러나 안대희 후보자와 문창극 후보자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총리 후보자인 만큼, 이번에도 거부할 경우 ‘야당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탄과 함께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이 이번 결정의 근거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이유를 가장 먼저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서영교 대변인은 “표결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본회의만 연기한다는 걸로 알면 된다. 그 사이에 국민생각이 어떤지, 여론이 어떻고 국민들 상황이 어떤지 봐야한다”고 말했고, 안 수석도 “우리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 여론 추이를 더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때 가서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의 ‘호남총리론’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이 ‘충청 홀대’ 주장을 들고나온 것 역시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문표·김태흠·이장우 의원을 포함한 충청지역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충청출신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호남총리론을 내세우며 지역정치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즉, 새누리당이 문 대표의 발언을 빌미로 ‘충청 무시’를 내세우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자칫하면 새누리당의 이같은 ‘특정 지역 무시’ 프레임에 걸려들 수 밖에 없다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안 수석은 이날 오후 비공개 의총 직후 ‘본회의 순연 합의는 어느 정도 입장 변화로 볼 수 있지 않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정치 아닌가”라며 “정치는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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