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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투표 논란부터 시작된 룰의 전쟁, 도대체 뭐가 문제?

김지영 기자
입력 2015.02.03 17:20
수정 2015.02.03 17:26

당 전준위, 서로 상충된 시행세칙 만들어 논란 자초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에서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과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혁신 및 공천제도 당헌당규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지난 2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시행세칙’ 유권해석을 놓고 ‘경선 룰’ 변경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상 문재인 당대표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전준위의 결정에 박지원 당대표 후보, 주승용 최고위원 후보가 반발하면서 전당대회가 계파대결 양산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준위는 시행세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문항에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응답을 추가했다.

논란은 여기에서 발생했다. 시행세칙 제28조 2항의 ‘각 조사기관의 득표율을 합산하여 평균값을 산출한다’는 내용을 놓고 후보들간 해석이 갈린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득표율’이 ‘유효득표율’을 의미하므로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제외한 득표율 합계를 100%로 놓고 후보별 득표율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후보 측은 ‘지지후보 없음’도 유권자의 선택이므로 이를 포함한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가 얻은 득표율만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가령 여론조사에서 A 후보가 50%, B 후보가 20%를 각각 득표하고 ‘지지후보 없음’ 응답이 30%라고 한다면,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득표율로 인정할 경우 A 후보의 득표율은 그대로 50%이다. 하지만 ‘지지후보 없음’을 제외한 득표율을 100%로 놓고 다시 계산할 경우, A 후보의 득표율은 약 71.4%로 늘어난다.

여론조사 득표율 20%p 상승은 전체 득표율에서 5%p 상승을 의미한다. 양자구도와 비교해 3자구도에서 1~2위간 격차가 작은 점을 고려하면, 당대표 후보들은 적은 표차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중앙단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과 30일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비상대책위원회에 해석을 요청했고, 다시 비대위는 전준위에 권한을 위임했다. 결국 전준위 회의에서 전준위원 15명 중 11명이 ‘지지후보 없음’을 제외하고 100% 환산하는 방법에 동의했다.

문제는 문 후보와 박 후보의 주장이 모두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들은 전준위의 결정을 ‘룰 변경’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애초에 시행세칙이 모순됐던 탓에 누구의 주장도 맞던 상황이었다.

우선 시행세칙 제7조 5항은 ‘제1항부터 제3항의 투표 및 제4항의 여론조사는 당대표 후보자 1명과 최고위원 후보자 2명을 모두 선택하는 때에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항에 따르면, 문 후보 측의 주장처럼 ‘지지후보 없음’ 응답은 후보자를 선택한 게 아니므로 ‘무효표’가 된다.

반면, 제24조 6항의 3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 기준에 따라 지지 후보를 묻는 문항의 보기에 각 후보자와 ‘지지후보 없음’을 포함하고, 면접원이 불러주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항에서 ‘지지후보 없음’ 응답은 지지 후보를 묻는 문항의 보기이므로 유효표가 된다.

처음부터 시행세칙은 논란이 불가피했던, 상충된 조항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던 모순된 규정이었던 것이다.

'룰 전쟁' 2012년부터 선거 때마다 되풀이 "룰보단 사람이 문제"

새정치연합 내에서 경선 룰을 둘러싼 논쟁은 2012년 전당대회 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핵심은 언제나 ‘당원이 아닌 국민의 선택’을 어떻게 득표율에 반영할 것이냐였다.

갈등은 대체로 친노계와 호남계 인사들간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친노계 인사들은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호남계 인사들은 당내 지지기반이 견고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전체 권리당원 25만5000여명 중 약 57%가 호남이 몰려있다. 이 때문에 권리당원 표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호남계 인사들에게 유리해진다.

반면 국민 여론조사 비중 확대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에게 유리하다.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해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일반당원과 국민 여론에서, 박 후보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여론에서 각각 우위를 보였다. 이 때문에 국민 여론조사 확대를 반대하던 쪽은 주로 호남계 인사들이었다.

구체적으로는 2013년 5.4 전당대회 직전 모바일투표 논란, 지난달 당 정치혁신실천위원회와 전준위의 총선 룰 변경, 지난 2일 전준위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시행세칙 유권해석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총선 룰 변경, 시행세칙 유권해석과 관련해서는 문 후보와 이목희 최고위원 후보, 박 후보와 주승용 최고위원 후보로 계파에 따라 명확히 진영이 갈렸다. 박 후보와 주 후보는 이들 대책에 반대하는 이유로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 변경된 룰이 친노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이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룰 자체보다는 룰을 적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지도부에서 계파의 유불리에 따라 룰이 악용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룰 변경에 따른 반발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당직선거에서는 늘 룰을 둘러싼 갈등이 있어왔다.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계파간 유불리가 있기 때문에, 주류세력은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룰만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룰 개정보다는 룰이 집행되는 데 있어서 여지가 자꾸 생기니까 자꾸 반발이 있는 것”이라며 “2012년 정책대의원 끼워넣기 논란도 있고, 이번처럼 해석의 여지가 남는 경우도 있고, 룰이 바뀌면 그게 입맛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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