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거취 고민? 반드시 승리해서 당 바로잡겠다"
입력 2015.02.03 16:55
수정 2015.02.03 17:22
<인터뷰>"특정후보 요구로 룰 변경 상식 이하"
"호남기득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지난 2일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시행세칙 유권해석을 놓고 ‘경선 룰’ 변경 논란이 일면서 2.8 전국대의원대회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사실상 문재인 당대표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전준위의 결정에 박지원 당대표 후보는 3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후보는 “투표일 하루 전날인 어제 오후 5시 37분, 우리 당은 특정 후보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이 세칙을 변경했다”며 “결승점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특정 선수의 요구로 경기 룰이 바뀐 것은 승패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박 후보는 전날 전준위의 결정에 따라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던 데 대해 “나는 최선을 다해 경선에 끝까지 임하겠다. 나 박지원의 승리가 우리 당의 변화이고 기적이라고 믿는다. 반드시 승리해서 당을 바로 잡겠다”면서 자신이 후보직 사퇴를 고려 중이라는 일부 추측성 보도를 일축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세론은 사라졌다. 이전까지 문 후보가 박빙우세였다면, 지금은 박빙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박 후보는 지난 주말부터 문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기 시작해 2일 JTBC 토론회에서는 문 후보와 ‘경선 룰’ 등을 놓고 격한 설전을 벌였다. 전당대회 중반 판세가 박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추세로 흘러갔었다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에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이 전개되고 있다.
“호남 기득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국민이 변했다”
박 후보는 당시 ‘데일리안’과 만남에서 초반까지 ‘문재인 우세’로 흘러가던 전당대회 지형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해 “당권·대권 분리론이 먹혀든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만 보고 (문 후보는) 당대표가 곧 대통령 후보라고 착각하는데, 우리 당의 대의원과 당원들은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로 나가야지, 무슨 당권까지 잡으려 하느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 총리, 그 노련한 사람들을 상대할 카운트파트너를 박지원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인사청문회 능력도 검증됐고, 협상도 잘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라며 “그런데 문 후보는 어쩐지 불안하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뒤져도 대의원·권리당원 조사에서는 상승세를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박 후보의 표정에서는 여유로움이 읽혔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본지를 포함해 3개 매체와 연달아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박 후보는 사전 질문지도, 답변에 참고할 서류도 없이 인터뷰에 임했다. 연설에 유능한 ‘달변가’이자 워낙 오랫동안 언론을 상대한 베테랑이기에,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답이 나왔다. 앞서 박 후보는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수차례 “내가 당대표가 되면 언론 편의는 확실하게 제공하겠다. 나만큼 잘 말해주고, 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었다. 다른 말로 박 후보는 누구보다 ‘소통’에 유능한 후보였다.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전당대회 판세, 당내 현안, 문 후보와 관계, 호남 지역주의 등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기득권에 안주해 치열함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호남 기득권론, 호남 지역주의는 박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민이 변했다. 옛날에는 영광·함평 보궐선거에서 함평에서는 화장실 한 번 안 가본 대구의 이수인(전 의원)을 데려다 ‘찍어라’ 하면 찍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에도 박 대통령이 수술하고 ‘대전은요?’ 한 마디에 넘어갔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더욱이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도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는 “우리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인 것은 사실이고, 전국에 1000만 호남 향우회 분들이 살고 있다. 호남 상주인구가 500만명이라면, 전국의 호남인은 1000만명”이라며 “사실상 이 분들이 새정치연합을 지켜주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뿌리를 튼튼히 해서 나무가 자라게 하되, 외연을 확대해 꽃을 피워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새정치연합은 호남만 갖고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막판 판세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언론이 일방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48% 득표한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문재인 대세론’이라고 보도하더라. 그런데 제주, 창원, 울산, 부산을 다녀오니 대세론은 사라진 것 같다. 오히려 문 후보가 박빙우세였던 상황이 지금은 박빙으로 됐다.
문제는 유권자(선거인단)의 85%가 대의원과 당원이라는 점이다. 국민은 15%이다. (문 후보 쪽에선) 지금까지 국민 여론조사를 가지고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으면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새정치연합이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전당대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무관심을 받는 새정치연합을 누가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를 보는 전당대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의 85%는,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이 처음부터 박지원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원씨앤아이의 발표를 보면 3회 연속 여론조사에서 내가 대의원, 권리당원 지지도에서 문 후보를 앞섰다. 지금 대의원 여론에서는 내가 상승세이다. 따라서 선거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겸손하게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4일 새정치연합 대의원 985명과 권리당원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모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박 후보는 대의원 지지도에서 51.5%대 31.9%로, 권리당원 지지도에서 47.7%대 34.6%로 각각 문 후보를 앞섰다.)
내가 볼 때 당원들이 나를 지지하는 이유는 첫째, 당권·대권 분리론이 먹혀든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만 보고 (문 후보는) 당대표가 곧 대통령 후보라고 착각하는데, 우리 당의 대의원과 당원들은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로 나가야지, 무슨 당권까지 잡으려 하느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통합진보당과 관계를 놓고 문 후보가 우물쩍우물쩍하는 모습이 대의원과 당원들의 마음을 돌렸다.
셋째,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그 노련한 사람들을 상대할 카운트파트너를 박지원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많다. 인사청문회 능력도 검증됐고, 협상도 잘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문 후보는 어쩐지 불안하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뒤져도 대의원·권리당원 조사에서는 상승세를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
오히려 문 후보 측은 본인이 앞선다고 하면서도 여론조사 데이터베이스(DB)를 안 내놓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 자기한테 유리하면 왜 안 내놓겠느냐. 지금까지 (문 후보 측에서) 당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 등 총 11명을 설문지에 넣어 최소한 2~3번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결론이 나와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안 나온다. 정말 유리하다면 내놓지 않겠느냐.
그리고 유권자가 누구냐 이거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데 일본에서 지지도 조사를 하면, 그 사람들이 유권자가 되는 것이냐. 이번 전당대회의 유권자는 대의원과 당원이다. 국민은 15%밖에 안 된다. 85%나 나를 지지한다고 하면 (국민 여론조사 대상인) 15%가 아무리 문 후보를 지지해도 내가 이기는 것이다.”
-당 이야기이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왜 박지원이 새정치연합 대표가 돼야 하는지 듣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강한 야당’의 역할을 지향해왔다. 야당의 역할은 싸울 때 싸우고, 할 말을 하고, 협상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다. 그런데 (문 후보는) 2년 반 동안 뒷방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당대표 후보라고 현안을 이야기한다. 반면, 나는 언제나 현안을 이야기한다. 내 SNS를 봐라. 어제 저녁에도 올렸다. 현안에 대해 나만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내 SNS를 보면 오늘 저녁 1시에 ‘과유불급이다. 문재인 호남 총리론 발언에 대해 막말들을 하는데, 과연 충청권 여당 의원들이 그렇게 막말로 문재인을 비난하는 게 우리 정국에 좋은 일이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옳은 일이냐’ 문 후보도 발언을 잘못 했지만, 해명을 했는데도 이렇게 하는 건 과유불급이라는 것이다. 또 전국 시의회 의장단 회의를 어제 했는데, 기초의원을 없앤다고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밝히지 않았느냐. 여기에 대해서도 지방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지방의회를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 등등 나는 이런 말들을 다 올렸다. 이밖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놔두고 무슨 인적쇄신이냐, 특보? 왜 그리 많이 임명하느냐, 대체 뭘 하는 것이냐, 국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활보호대상자로 뽑아놓고 대통령은 정치적 특별보호대상자를 정치특보로 임명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현안에 대해 내 입장을 밝혀왔다. 나만큼 이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모든 현안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게 국민 입장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지.
“그렇다. 나는 즉각즉각 이야기를 한다.”
-다른 질문이다. 얼마 전까지 지역주의가 당대표 경선의 화두였다. 이인영 후보가 지역주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인영 후보가 맨 먼저 제기한 게 아니라 문 후보가 먼저 지역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 정권이라고 했고, 영남 대표론, 호남에서는 호남 적자론, 강원도 가서는 ‘박지원은 호남의 맹주’라고 하더라.”
“그건 옛날이야기이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그러니까 호남이 흔들리고, 전체적으로 새정치연합이 흔들리는 것 아니겠느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도자는 변화를 이끌어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적응이라고 해야 한다. 실제 과거에는 호남에 막대기만 꽂아도 새정치연합이 당선됐지만, 지난 6.4 지방선거 때에는 (무소속 후보에 밀려) 다 떨어지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구가) 호남은 30석, 영남은 67석이다. 지역구도로 가서는 우리가 이길 수 없다. 다만 우리 민주당의 뿌리가 호남인 것은 사실이고, 전국에 1000만 호남 향우회 분들이 살고 있다. 호남 상주인구가 500만명이라면, 전국의 호남인은 1000만명이다. 사실상 이 분들이 새정치연합을 지켜주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뿌리를 튼튼히 해서 나무가 자라게 하되, 외연을 확대해 꽃을 피워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새정치연합은 호남만 갖고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가 하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국민이 변했다. 옛날에는 영광·함평 보궐선거에서 함평에서는 화장실 한 번 안 가본 대구의 이수인(전 의원)을 데려다 ‘찍어라’ 하면 찍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에도 박 대통령이 수술하고 ‘대전은요?’ 한 마디에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더욱이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도 지금은 없다.”
-앞서 문 후보의 ‘호남 총리론’을 언급했는데, 박 후보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지.
“그건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약속했기 때문에 문 후보가 ‘호남 총리가 임명됐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 아닌가. 그런데 어제 충청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문 후보에 대해 막말을 하고 비난하더라. 이것 또한 과유불급이다. 모처럼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니 우리도, 국민도 ‘대회의 정치가 복원되겠구나’ 기대한 것 아니냐. 거기에서 문 후보가 ‘기왕이면 호남 총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토로한 걸 갖고 그렇게 막말로 비난하면 결국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 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이게 바람직한 행동인가. 그래서 과유불급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최근 정동영 전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의 노선을 비판했는데, 정 전 장관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 분은 더 좌클릭을 해서 진보적 정체성을 더 확실히 하자는 분이고, 우리는 집권을 위해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비판에 일일이 우리가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건 그 분의 생각이고, 그 분은 그 노선을 지키기 위해 탈당한 거 아니냐.”
-다시 선거 이야기이다. 지난주부터 박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이 좀 변한 것 같다. 그동안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다가 대구·경북 연설회에서는 문 후보를 거의 언급하지 않더라.
“대세론이 내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호남, 충청권을 돌면서는 강하게 검증을 했지만, 전략적으로 대구·경북과 강원, 수도권으로 오는 과정에서는 거의 비판을 안 했다. 문 후보의 실체를 어느 정도 부각하는 데 성공했고, 이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은) 정책선거를 한다지만 10대 공약을 발표한 사람이 누구냐. 그 사람들은 공약을 발표한 것이 없다. 오죽하면 대구 참여연대에서 내 공약이 제일 좋다고 지지하겠냐.”
-그럼 앞으로 선거운동을 어떤 방향으로 전개할 계획인지.
“그걸 내가 지금 이야기하면, 그래서 데일리안에서 보도하면 전략만 노출되지 않느냐.(웃음)”
-박 후보가 생각하기에 ‘내가 당내표가 되면 이거 하난 가장 잘할 수 있다’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 당원들은 계파 청산을 가장 원한다. 난 계파가 없어. 나는 김대중 계파인데, 내가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권노갑 고문을 공천하겠느냐. 김옥두·박양수 전 의원을 공천하겠느냐. 나는 사심이 없다. 특히 당권에서 대권으로 가겠다는 사심이 없다. 그래서 난 오직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을 구하고, 당장 다가오는 2월 국회에서 야당을 야당답게, 강한 야당으로 만드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총선과 대선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서 종국적으로는 정권교체를 하겠다, 여기까지가 내 몫이라는 것이다. 정권교체 됐다고 해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내가 총리가 되겠느냐. 손학규 고문이 대통령이 된다고 내가 문화관광부 장관을 또 하겠느냐.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고 내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하겠느냐. 정권교체까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