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 “‘황산 테러’ 청소년 선처 부탁드린다” 호소
입력 2014.12.11 22:18
수정 2014.12.11 22:23
"근거없는 적대감 청소년 부추겨"…신은미, 신변 안전 이유로 불참
보수단체 반발로 당초 계획된 기자회견 장소 급히 옮겨 진행
10일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황 씨가 테러를 계획한 19살 청소년에 대해 선처를 호소했다.
황 씨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에게 선처를 부탁할 권한이 있다면 꼭 부탁드리고 싶다. 아이 만큼은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신 씨 없이 홀로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사제폭탄을 만든 것도 던진 것도 그 아이는 아니다”며 “평화롭고 화기애애한 문화행사 자리에 끔찍한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사제폭발물을 투척하게 한 것은 분단이라는 괴물”이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그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왜곡보도를 통해 국민을 이간질하고 민족 문제를 악용해온 언론과 정치가 2014년의 오늘을 야만의 날로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와 과격한 분단병과 근거없는 적대감이 아직 사랑할 것이 더 많고 웃을 일이 많은 청소년까지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씨는 “어제 저녁 일어난 테러의 주범은 종북 마녀사냥을 자행한 언론과 그에 부화외동해 법도 원칙도 무시하고 움직여 온 공안기관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해와 편견으로 인명피해까지 부른 폭탄테러 같은 것이 우리 사회에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며 “사제폭탄을 던진 학생도 어제의 사고로 화상을 입은 분들도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신 씨는 신변상의 안전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황 씨는 기자회견 직후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신 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선생님께는 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로밍을 해오지 않으셨다. 아마 미국 시민권이 있으니 대사관 측과 논의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신 씨를 ‘선생님’이라고 칭했다.
신 씨에게 출국정지와 경찰의 소환통보가 내려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저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제가 알기로는 저와 선생님 모두에게 통일토크콘서트와 관련한 서한 통보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황 씨는 경찰에 의해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도 압수수색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고, 한 번도 소환통보나 압수수색 관련 통보를 관계당국으로부터 받은 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제 폭발물을 고등학생 실력으로 바로 만들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더라. 그런데 관련 조사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피해자 쪽에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의혹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예정됐으나, 보수 단체의 반발로 갑작스럽게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금속노조 사무실이 들어선 경향신문사 정문 앞에는 경찰 병력 700여명이 배치됐고, 보수 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 회원 60여명이 배치된 경찰병력 앞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 저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신은미와 황선을 즉각 구속하라”, “신은미와 황선은 북한으로 돌아가라”, “신은미와 황선을 즉각 처결하라”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NO 종북세력, OUT 신은미’, ‘북한찬양 신은미 즉각 수사’, ‘북한이 그리 좋다는 미국 시민권자 신은미!’, ‘북한 찬양하는 신은미 북한으로 꺼져라’ 등 대부분 신 씨를 비판하는 글귀가 적혔다.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대한민국이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신은미 콘서트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당초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오후 4시에 계획됐던 기자회견에 신 씨와 황 씨가 도착하지 않자 4시 30분경 시위를 마무리 짓고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