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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신은미에게 "투사가 되셨다" 관객들 환호성

대구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입력 2014.12.10 16:47
수정 2014.12.11 11:08

<현장 종합>대구서 열린 '종북 콘서트' 자기 합리화만

"북에 가서 살라고? 아프리카 좋다했다고 가서 살라하나"

‘종북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참여하는 ‘평양에 다녀왔수다’ 토크 콘서트가 9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종북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오른쪽)가 9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열린 ‘평양에 다녀왔수다’ 토크 콘서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종북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9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열린 ‘평양에 다녀왔수다’ 토크 콘서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종북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참여하는 ‘평양에 다녀왔수다’ 토크 콘서트가 9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이른바 ‘종북 콘서트’ 논란을 겪고 있는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신은미 씨가 지난 9일 또 다시 토크쇼를 진행했다. 황 부대변인은 신 씨를 ‘투사’라고 치켜세웠고 200여 명의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날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 동성아트홀에서는 6.15 남측위 대구경북본부와 경북대학교 교민 연구소, 대구경북진보연대의 공동 주최로 ‘북녘 어린이 돕기 토크 콘서트-신은미·황선 평양에 다녀왔수다’가 개최됐다.

콘서트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황 전 부대변인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많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어떻게 이 분위기를 이어갈까 고민했다”면서 “토크쇼를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은미 선생님을 부르게 됐다”고 토크쇼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 씨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은 나도 같다”라며 “북한의 삶을 남쪽에 전하며 남과 북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게 해외동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콘서트가 시작되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에 큰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신 씨는 “지금 내가 종북몰이의 악성 바이러스와 비교되며 감염분자 취급 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러나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참석해 준 우리 고향 대구분들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신 씨를 반겼다.

신 씨는 이어 토크콘서트의 보람을 묻는 질문에 “북녘 삶을 걱정하며 통일에 앞장서서 힘든 가운데서도 콘서트를 이끄는 주최 측과 참석해주신 관객 분들을 보며 정말 저는 탄력을 더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황 전 부대변인은 “(신 씨가) 투사가 되셨다”라고 두둔했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이들을 옹호했다.

콘서트는 행사장 밖에서 진행되는 보수단체의 반대 시위를 뒤로 하고 사소한 내용에도 호응하는 관객들의 지지에 힘입어 진행됐다.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는 평소에는 쉽게 하지 못 할 민감한 발언들을 마음껏 털어놨다.

신 씨가 ‘70년 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이 있다’고 안타까워하자 황 전 부대변인은 “우리 둘째 딸도 실향민이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황 전 부대변인은 지난 2005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60주년 기념일에 평양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출산해 ‘북한 원정출산’이라는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 황 전 부대변인은 ‘그동안 동일한 내용의 콘서트를 수차례 했는데 그 때는 조용하더니 황선 씨와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니까 문제가 되더라’는 신 씨의 발언에 “제가 문제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스스로 자신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어 “유독 이번에 문제 삼는 것은 내 생각에는 마녀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마녀가 필요한 사람이 권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해석에 따라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이 외에도 신 씨는 대동강 맥주에 대해 언급하며 “대동강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없었다”며 4대강 사업을 진행한 MB 정권을 비꼬았고 황 전 부대변인은 북한의 개 요리에 대한 설명에서 “우리나라가 요즘 개로 시끄럽지 않나”라며 청와대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종북몰이’라며 자신들을 비판한 언론을 조롱하며 객석의 함성을 유도 했다.

공연 초반 상영된 영상에서는 신 씨가 북한에서 부른 북한 노래를 지적하는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과 탈북자가 방송에 나와 동일한 노래를 부른 동 채널의 다른 프로를 짜깁기한 장면이 나왔다. ‘왜 나는 지적하면서 탈북자가 부르는 것은 가만두냐’는 무언의 항의였다.

황 전 부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전문가들을 모시고 맥주 맛을 가리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그들이 맛있다고 택한 맥주가 대동강 맥주였다는 기사를 찾아냈다”라며 “(동아일보가) 우리를 이렇게 병주고 약줬다”고 말했다.

그는 신 씨가 “북한에 대해 단 한 번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자 “한국의 언론은 조심해야 한다”며 “지상낙원 관련 이야기만 해도 지상낙원이라 했다고 쓴다”고 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TV조선’에서 내게 북에서 살 의향이 있냐고 물어 ‘남과 북이 함께 잘 돼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더니 ‘황선, 북한 가서 살 마음 없음’이라고 보도 돼 욕을 엄청 먹었다”고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을 마음껏 조롱했다.

이와 함께 신 씨는 “사람들은 나보고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한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아프리가로 여행을 갔다 온 뒤 ‘그들은 참 못살지만 순수하고 정이 많더라. 깨끗하더라’고 한다 해서 가서 살라고 않는다”며 “근데 북한에만 갔다 오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한다”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그것이 북한의 전부인 양 말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관광 상품에 쪽방촌이나 감옥을 구경시켜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옹호했다.

그는 또 탈북자들의 끝장토론 제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신 씨는 “그들(탈북자)이 본 북한도 북한이고 내가 본 북한도 북한”이라며 “미국의 할렘가, 베버리힐즈, 코리아타운 모두 미국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미국에 살고 있지만 미국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나는 내가 본 것이 북한의 전부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쪽 밖에 못 보면 반쪽자리 통일 밖에 안되는 것이고 모든 것을 알 때 통일을 향한 도움이 된다”라면서 “어떻게 남과 북이 평화롭게 화해하고 상생하는가의 대해 토론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관객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하는 이들을 있는 힘껏 지지했다. 북한의 음식, 교육 문제, 주거 문제 등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고, 길어지는 토크쇼에도 조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 도중 초대가수가 ‘아리랑’을 열창하자 공연장 내부는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신 씨는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영상이 상영될 때는 모두가 이제는 고인이 된 두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숨죽여 지켜봤다. 같은 시각 공연장 밖에서는 보수단체들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지금 종북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10시가 다 돼서야 2시간 30여분에 걸친 공연은 끝이 났고, 관객들 대부분은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들은 끼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의 여운을 즐겼고,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를 찾아가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일부는 신 씨의 방북기가 담긴 자서전을 구매하기도 했다.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는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며 콘서트를 시작했지만 자신들을 지적하는 세력에 대한 비난과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야기들로 토크쇼를 가득 채우며 공연의 막을 내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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