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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가 자유롭다는 황선, 총참모장 리영호도 끌려갔다

목용재 기자
입력 2014.11.26 09:19
수정 2014.11.27 14:14

<특별기획 북 인권 유린의 상징 정치범수용소 대해부①>

잔존 정치범수용소 "총 12개 수용소 가운데 3~4개 남아"

위성으로 본 제15호 요덕수용소.ⓒ(사)NK워치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인권 유린의 '소굴'인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야 간사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가 일부 폐쇄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명 '만탑산수용소'라고 불리는 수용소의 규모가 확대돼 요덕수용소의 인원을 옮겨 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북한인권 유린의 '핵'인 정치범수용소의 현황과 실태를 짚어보고 정치범수용소 해체,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함경북도 길주에 (정치범)수용소가 있는데 이것을 여의도동의 64배로 확장했다. 요덕수용소의 사람들을 옮긴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이철우 새누리당 정보위원회 간사)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 함경북도 화성 16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가 확대되면서 함경남도 요덕 15호 관리소의 수용인원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수용소를 길주군 만탑산 지역까지 확장 했는지, 길주 만탑산 인근에 새로운 수용소가 설치돼 규모가 확장됐는지는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조치는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채택,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제출 등 활발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북한이 반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요덕수용소 폐쇄절차를 밟는 동시에 타 지역의 수용소 규모를 늘린 북한 당국의 행태는 여전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북한 당국이 외부로 드러난 수용소는 도려내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음지’의 수용소를 더욱 확장시키겠다는 의도가 확인된 셈이다.

윤여상 (사)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지난 14일 데일리안에 “요덕수용소의 수용자들 대부분을 분산 이동시키거나 화성수용소로 데려갔을 것이다. 요덕을 폐쇄하면서 이들 일부를 석방했다가 이들이 탈북하면 북한으로선 곤란하다”면서 “정치범수용소 축소의미가 아니라 노출된 부분은 없애고 통폐합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 운동을 벌이고 있는 NK워치의 관계자는 “화성 관리소가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곳에서 단 한명의 정치범도 살아 나온 사람이 없고, 국가안전보위부 내부에서도 엄격한 비밀보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확장된 일명 '만탑산수용소'에 숙청된 리영호가?

지난달 국정원이 “북한은 기존에 있던 만탑산 수용소를 서울 여의도동 면적의 64배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탑산수용소’의 정식 명칭은 국가보위부 16호 화성관리소다.

NK워치에 따르면 해당 수용소 지역은 만탑산 정상에서 계곡을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화성수용소가 형성돼 있다. 화성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완전통제구역’으로 1974년께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1968년 숙청된 북한 민족보위상 김창봉과 숙청된 군부 강경세력, 김일성 집권 당시 그를 반대했던 연안파, 소련파, 갑산파 등 고위층, 일부 항일 투사가 수용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화성수용소에는 권력투쟁에서 숙청당한 최고위층들이 끌려와 수용돼 있다. 특히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 찍힌 권력자들과 1990년대 중반 ‘6군단사건’과 같은 ‘국가전복기도자’ 등 엄중한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는 곳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 출신인 안명철 NK워치대표는 본보에 “현재는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종교와 접촉했던 자들을 수감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인민군 총참모장이였던 리영호도 이곳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 대표도 “16호 수용소 옆에 만탑산이 있는데, 이 지명을 가지고 화성수용소를 만탑산 수용소로 부르는 것”이라면서 “출신성분이 나쁘고 이른바 ‘적대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주로 수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 당국이 화성수용소의 규모를 확장하고 요덕수용소의 인원을 옮기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외부 노출이 심한 요덕수용소를 폐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는 동시에 요덕 수용인원들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의 화성수용소로 옮겨 이들을 핵실험장과 관련된 ‘노동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사회가 유엔 총회 결의에서 책임자 처벌, 국제형사재판소 문제 얘기를 하는데 이 같은 국제사회 압박의 계기가 된 것이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들”이라면서 “이들은 대부분 요덕수용소 출신이기 때문에 요덕수용소를 해체하고 그 지역의 수용자들은 다른 곳으로 분산 수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과거 10개 이상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는데 이 시설들의 해체된 이유도 외부 노출이 심한 북중 접경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운영됐던 정치범 수용소, 총12개…요덕 폐쇄확인 시 수용소 3개 잔존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함경북도의 △12호(온성) △13호(종성) △16호(화성) △22호(회령) △25호(청진)과 함경남도의 △15호(요덕) △17·23호(덕성) △19·21호(단천), 평안남도의 △14호(개천) △18호(북창) 등 12개다.

이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14호, 15호, 16호, 25호 등은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치범수용소 인원들을 모아 통폐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덕수용소인 15호 폐쇄가 확인될 경우 잔존하는 정치범수용소는 3개다.

10개가 넘는 수용소가 많은 숫자로 축소된 것은 상대적으로 외부 노출이 쉬운 북·중접경 지대의 수용소를 폐쇄하고 내륙으로 인원을 이동시켜 수용하기 위함이다. 특히 각지에 분산돼 있던 수용인력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2년 폐쇄가 확인된 22호 회령수용소의 경우 국경과 인접해 있어 탈북자가 발생시 수용소 내부의 실상을 알릴 우려가 컸기 때문에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용인원의 노동력을 동원할 ‘일거리’가 소진된 것도 수용소 폐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안명철 대표는 “22호 수용소인 회령수용소 지역은 12호, 13호, 22호까지 이어지는 석탄 탄맥으로 이뤄져 있었다”면서 “하지만 수용소의 석탄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정치범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킬 일거리가 없어져 수용소 폐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치범수용소가 점점 폐쇄되고 있는 것은 과거처럼 대규모 정치범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경섭 연구위원은 "과거 '남로당', '갑산파', 연안파' 등 숙청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대규모 숙청이 없이 정치범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많은 수용소를 운용할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라면서 "1990년대에는 외부 노출 위험때문에 해체됐다면 최근에는 정치범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도 수용소 해체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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