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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연아 시대' 직면한 냉정한 현실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4.10.31 10:21
수정 2014.10.31 10:27

박소연, 시니어 무대 종합 5위..기술점수 비해 구성점수 떨어져

메달권 도전 가능하나 김연아 과거 성적 떠올리면 못내 아쉬움

‘피겨퀸’ 김연아가 은퇴하고 맞이하는 첫 시즌, 지존의 자리에 오를 주인공에 쏠린다. ⓒ 연합뉴스

2014-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가 최근 개막했다.

관심은 역시 ‘피겨퀸’ 김연아가 은퇴하고 맞이하는 첫 시즌, 지존의 자리에 오를 주인공에 쏠린다. 국내로 좁히면 김연아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소연과 김해진 가운데 어떤 선수가 '김연아 후계자'로 공인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팬들의 호기심을 해소할 첫 테이프는 그랑프리 1차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한 박소연이 끊었다. 박소연은 최근 미국 시카고 시어스 센터 아레나에서 끝난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쇼트 프로그램 55.74점·프리 스케이팅 114.69점을 기록, 합계 170.43점으로 종합 5위에 올랐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9위에 오를 때 기록했던 자신의 개인 최고점수(176.61점)에 6.18점 못 미치지만,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이었다는 점과 이번에 기록한 점수와 순위가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 싱글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는 점을 종합했을 때,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박소연이 기록한 기술점수(TES)가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음을 지목, 박소연이 이미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세계 정상급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박소연의 시니어 데뷔전 성적에는 한국 여자 피겨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케이트 아메리카 우승자 옐레나 라디오노바(러시아)는 합계 195.47점을 받았고, 엘리자베스 툭타 마셰바(러시아)가 189.62점으로 2위 그레이시 골드(미국)가 179.3 8점으로 3위에 입상했다. 5위에 오른 박소연과 이번 대회 우승자 라디오노바와는 25점 이상, 3위 골드와 비교해도 10점 가까운 점수차다.

박소연과 라이벌 김해진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시즌 박소연과 함께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는 김해진 역시 이변이 없는 한 박소연과 대동소이한 점수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을 볼 때 현재의 성적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지만 김연아가 박소연과 김해진의 현재 연령인 17세 때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떠올리면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박소연은 이번 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 스케이팅에서 61.35점의 기술점수(TES)로 11명의 선수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을 과시했지만, 예술성 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구성점수(PCS)에서는 54.34점을 받는데 그쳤다.

기술점수와 프로그램 구성점수의 밸런스가 맞았다면 박소연은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기술점수와 프로그램 구성점수의 밸런스가 불균형을 이루면서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 메달 획득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내 피겨팬들은 박소연에 대한 프로그램 구성점수 채점이 지나치게 인색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그런 불만이 결과를 바꿔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박소연은 앞으로 기술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끌어올려야하는 당면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올리는 것이 결코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연아가 대단한 이유는 세계 피겨계에 그 존재마저 희미했던 한국의 피겨 선수로서 동양인 선수에 대한 편견을 가진 국제심판들의 시각을 바꿔 놓고 그들의 편견을 깨뜨리며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수준의 점수까지 받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김연아의 탁월한 표현력은 김연아에게 다른 경쟁자들이 넘보지 못할 수준의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안겼다. 결과적으로 그런 점이 김연아를 세계 피겨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소연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난 5월 김연아의 안무를 전담했던 데이비드 윌슨과 일찌감치 새 프로그램 안무를 완성했고 김연아로부터 조언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를 무난하게 마친 박소연은 다음달 14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4차대회 ‘로스텔레콤컵’에 출전한다. 김해진은 2차 ‘스케이트 캐나다’와 3차 ‘컵 오브 차이나’에 출전한다.

모두 기술적인 면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어느 대회에서든 메달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달을 기대하기에 앞서 한국 여자 피겨가 김연아의 현역 은퇴 직후인 현재 매우 냉정한 현실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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