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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베레모·40년 된 수통 쓰는 대한민국 육군

김지영 기자
입력 2014.10.21 16:35
수정 2014.10.21 16:39

'군피아' 활개로 만연한 납품비리, 군 조직 폐쇄성으로 공개되지도 않아

국산으로 둔갑된 중국산 베레모를 쓰고 허리춤에는 1970년대에 생산된, 아무리 닦아도 물때가 지워지지 않는 수통을 두른다. 여기에 자석을 가져다 대면 격발기가 작동하고 K-2 소총보다 두 배나 무거운, 고장이 잦고 명중률도 떨어지는 정당 1500만 원짜리 ‘명품무기’ K-11 복합소총을 들고 전장에 나선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도 싶지만, 연간 35조7000억여 원을 지출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 이렇다. 공교롭게도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60만 병력을 자랑하는 육군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문제는 정부가 군용장비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 업체로부터 200여 개의 베레모를 납품받았는데, 납품받은 베레모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점이 밝혀진 뒤에도 해당 업체에 22만 개를 추가 주문했다. 이 업체가 중국산 베레모를 국산으로 속여 납품하면서 얻은 수익은 대략 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수통의 경우에도 군 당국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107만 원의 예산을 들여 1646만 개를 구매했는데, 정작 병사들은 지금도 30~40년 된 수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군용장비 납품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초과이윤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납품업체 선정을 둘러싼 뇌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하다.

군 납품비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대표적인 부조리 중 하나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진행된 국정감사를 통해 방위사업청에 만연한 납품비리와 군 당국의 비효율적인 예산집행 관행을 지적했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략 이렇다. 계급정년에 다다른 현직 장교들과 예비역으로 편입한 전직 장교들이 방위사업청 또는 군 납품을 도맡는 사업체에 재취업하고, 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납품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방산마피아’, 다른 말로는 ‘군피아’로 지칭된다.

특히 군 납품비리는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전투장비에서 생필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군 전반에 걸친 비리로 매년 수천억 원의 혈세가 방산업체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일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주먹구구식 업무 추진, 사업 담당자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 등에 대한 제어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각 팀장과 실무담당자가 마음만 먹으면 도입하려는 장비의 성능과 가격 등을 조작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방산 비리는 결국 군피아 문제가 가장 중요한 근본원인이자 적폐”라면서 “각 군 전력부서에 근무했던 제대 군인이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퇴직 다음날 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방위사업체 측은 “방사청 직원의 청렴도 강화 등 업무 추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보완할 것”이라면서 “방사청 퇴직자 및 군 전역자를 직무 관련 분야로 취업시키는 방산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 도입을 고려 중이다”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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