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처럼' 김광현, 태극 좌완 적통 잇는다
입력 2014.09.22 09:46
수정 2014.09.22 09:49
해외진출 당시 류현진 '금메달 에이스'로 대서특필
내년 메이저리그행 노리는 김광현에게도 검증 무대
한국-태국전에 선발 등판하는 김광현. ⓒ 연합뉴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22일 오후 6시30분 문학구장에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가 펼쳐진다. 태국, 홍콩, 대만과 편성된 B조 예선 첫 경기. 상대는 바로 태국이다.
태국은 야구 국가대표팀 입장에선 인연이 깊다. 바로 ‘드림팀’으로 불리던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처음으로 목에 걸게 된 인연이 있는 곳이기 때문.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종목에 야구가 포함된 이후 대한민국이 첫 금메달을 획득한 곳이 바로 태국서 열린 방콕 아시안게임이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 져 은메달에 그친 바 있다. 이 수모를 4년 뒤 방콕에서 박찬호(당시 LA다저스)와 진갑용(삼성) 등이 되갚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김병현(성균관대-KIA)과 박한이(동국대-삼성) 등은 이미 프로야구의 최고참 반열에 올라섰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3, 은1, 동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그리고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일본에 져 동메달 굴욕을 당했다. 가장 저조했던 성적이다.
첫 금메달의 영광을 선사했던 태국을 이제는 홈으로 불러들여 첫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의 의미가 중요하다. 바로 이 경기 선발이 결승전에 선발로 내정된 에이스기 때문. 대표팀 사령탑 류중일 감독이 선택한 에이스는 바로 김광현(26·SK)이다.
김광현이 22일 태국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하고 일정상 한국 대표팀은 23일 경기가 없다. 23일 대만전에서는 양현종(KIA), 25일 홍콩전에는 유일한 아마 선수인 홍성무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26일은 휴식일을 거치고 27일 준결승을 치른 다음 28일 결승전에서 김광현이 선발로 내정돼 있다.
예상 시나리오대로 선발 등판이 이뤄지면 김광현은 예선 첫 경기와 결승전에 등판하게 된다. 바로 ‘에이스가 시작과 끝을 책임지라’는 의미다. 그 에이스로 특명을 받은 투수가 바로 김광현이다.
김광현이 국제경기에 처음 등장한 게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당시 약관이자 막내였던 김광현이 이제는 팀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쌍두마차 류현진(27·LA 다저스)도 없다. 그의 왼쪽 어깨에 실린 부담을 양현종과 나눠 갖게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의 신화를 이룩하던 류현진의 적통을 이어받은 태극 에이스인 셈이다.
김광현으로선 아시안게임에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선발됐지만 안면마비로 인해 탈락, 금메달의 영광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어쩌면 이번 대회가 김광현이 해외진출 전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은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일본과 대만 등 외국 선수들과 기량을 체크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대서특필된 부분이 바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팀의 에이스였다는 점이다. 당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내셔널스)등이 포함된 미국 대표팀을 격파하고 ‘사무라이 재팬’에 이어 결승전에서 아마 최강인 쿠바까지 제압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였다는 점이 부각된 바 있다.
김광현으로서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류현진에 못지않은 국제용 에이스라는 점을 검증받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첫 상대 태국은 콜드게임을 예상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첫 경기에 등판하는 만큼 부담도 큰 게 사실이다. 류중일 감독이 김광현의 투구수를 50~60개로 제한한 것도 김광현의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등판시켜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배려가 담겨 있다.
이번 대회 콜드게임 규정은 5회 15점, 7회 이후 10점 이상 점수차가 나면 선언된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5회까지 타선의 폭팔로 15점 이상 벌이고 김광현의 호투로 5회 콜드게임 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김광현의 한계투구수는 콜드게임을 일단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광현이 태국전에 등판한 다음 결승전 상대는 숙적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중국, 몽골, 파키스탄과 함께 예선 A조에 속했다. 팀 전력으로 보면 일본에 A조 1위, 중국이 2위로 준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 대만에 이겨 B조 1위가 되면 A조 2위와 준결승을 치르고 대만에 패하면 A조 1위를 예상하는 일본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난적 일본을 피해 결승전에 안착하기 위해선 대만전 승리가 전제요건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태양(한화), 이재학(NC)을 홍콩전 선발로 돌리고 또 다른 에이스 양현종을 대만전에 낙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마 선수로 구성된 일본이라고 방심하다간 큰 코 다친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일본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충격적인 역전패 수모를 당한 바 있는 한국으로선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만나는 게 좋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좌완 에이스에 취약했다. 반대로 한국 좌완은 일본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기록했다. 이선희-구대성-류현진으로 이어진 태극 좌완 에이스의 계보가 이번엔 김광현으로 이어졌다.
금메달을 다툴 결승전은 태극 에이스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선배 류현진 역시 베이징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금메달로 연결시킨 바 있다. 김광현으로선 선배 류현진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태극 에이스 적통을 이어받은 김광현의 왼쪽 어깨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