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외교' 본격화? 리수용 이어 강석주 유럽행
입력 2014.09.02 17:08
수정 2014.09.18 15:29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 우리 정부 예의 주시
북한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가 이르면 이번주 후반부터 유럽을 순방할 것으로 2일 알려지면서 김정은 정권이 공세적인 외교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이달 하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이어 강석주의 유럽 주요국 순방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강 비서는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벨기에에서는 유럽연합(EU) 측과의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순방기간은 10일 정도로 파악되며, 따라서 한 국가에서 2박3일 정도를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강석주의 이번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방문국 정당과의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석주가 행정부 내 직책없이 당비서 타이틀만 갖고 있는 만큼 북한 노동당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정당의 초청을 받는 형식인 듯하다”고 말했다.
강 비서의 유럽 방문은 시기적으로 미국 정부 당국자의 극비 평양 방문설에 이어 이달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뉴욕 유엔총회 참석 등과 맞물려 있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 비서가 유럽에서 미국이나 일본 측 인사들과 비밀접촉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강 비서가 스위스에 체류하는 동안 일본 총리실 납치문제대책본부 관계자가 납북 일본인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 참석차 제네바에 머물 것으로 알려져 북일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강 비서가 유럽으로 갈 때 항공편 등의 이유로 중국을 거치게 되면서 중국 고위 관계자와의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석주는 201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 내각부총리 자격으로 중국을 함께 방문했다.
과거 강 비서는 유럽 지역에서 북미 비공개 접촉을 주도한 적이 있다. 또 1994년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주역이다.
당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 동결과 핵사찰·핵시설 해체를 조건으로 북한에 경수로와 중유를 대가로 지불하는 내용이었던 점에서 더욱 강 비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강석주가 방문하는 EU국가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핵, 인권,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비판적 관여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를 통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가 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