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무관심에 재보선 혈세가 펑펑 새고 있다
입력 2014.08.12 10:47
수정 2014.08.12 12:05
<국민적 낭비 재보선 점검②-시민단체가 나서라>
기득권에 벌벌 기는 정치권 스스로 문제해결 안나설것
매번 국민의 막대한 혈세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는 그동안 ‘해당 의원의 범법 행위로 인하여 재보선을 치르게 된 경우 해당 의원이나 정당이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해당 정당에 대해서는 공천권을 박탈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몇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가 됐을 뿐 변화는 없었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언론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수년째 계류 중...
이옥남 바른사회시민단체 정치실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비용 문제는) 매번 재보선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라며 “(해당 의원이) 장관으로 지명되거나 사망하는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선거사범들에 대한 비용까지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공영제가 정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에 드는 비용은 당연한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존재하지만 의원 개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비용까지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치르던 당시 선거공약으로 “의원의 부정부패를 이유로 재보선이 치러질 때에는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지난 4월 “부정부패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자의 소속정당은 당해 선거에서 공천을 금지하겠다”라고 선언했었다.
실제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8월, 백원우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재보선이 개최될 경우 해당 비용을 소속 정당에서 부담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2012년 7월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을 포함해 선출직 공무원들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할 경우 발생하는 재보선 비용을 당사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통과되지 못했고 아직도 계류 중이다. 관련 법안의 통과를 바라는 것은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발등을 찍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8일 통화에서 “정당 입장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자신들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꾸준한 관심과 문제제기 이어져야”
결국 전문가들은 ‘입법’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원들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답은 언론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실장은 “현실적인 해결책은 시민사회 단체와 언론이 꾸준히 문제제기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나 캠페인 실시와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국민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을 언론이 꾸준히 조명한다면 제도 개선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도 미국의 금연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예로 들며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금연법은 지난 2003년 제정 당시 담배 관련 로비단체들이 상당히 많은 돈을 사용해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펼쳐 입법이 막혀왔다.
그러나 언론이 흡연의 폐해를 지속적으로 다뤘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모아진 여론으로 시민단체가 의원들의 법안 제출을 도와 모든 옥외 좌석 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되지 않는 금연법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미국 금연법의 경우 담배 회사들의 로비가 엄청난 상황에서 이익단체가 법안을 막아왔다”며 “그러나 국민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론이 강해지면서 언론을 통해 내용이 공개 되니까 의원들이 과감하게 흡연에 대해 찬성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이 문제도 시민단체들이 각계에 의견을 내고 계속적으로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룬다면 의원들이나 정당 지도부도 거부하기 힘들거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