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도 안심 못하는 '경기' 이유는 언제나 '숨은표'
입력 2014.06.03 09:19
수정 2014.06.03 09:22
2010년 지선, 2012년 대선서 여론조사보다 야권 표 5~10%p 높게 나와
100만 인구 대도시 20~40대 비중 높아…50대 이상 무응답층 향배도 변수
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격전지 중 한곳인 경기에서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원과 용인을 비롯한 도내 대도시에 20~40대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여론조사상 1~2위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는 추세다. 낮은 응답률로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20~30대층이 야권의 또 다른 ‘숨은 표’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거 당일 야권 득표율 늘어…5%p 내외 격차론 안심 못해
먼저 여론조사 상으로는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의 우세를 점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도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으나, 보름 전부터 후보간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하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2주간 한국갤럽·리얼미터·리서치앤리서치가 경기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8차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차례의 조사에서 남 후보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2.9~8.3%p 차로 앞섰다. 한 조사에서는 순위가 뒤바뀌어 남 후보(40.5%)와 김 후보(41.4%)가 0.9%p 차 초접전을 벌였다.
평균적으로는 남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격차로 김 후보에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5%p 내외의 격차는 사실상 동률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경기지역에서 48.0%의 지지를 얻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1.0%)를 7.0%p 차로 앞섰다. 하지만 개표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2%p에 불과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김문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10~20%p 차로 앞서다가 선거 당일에는 4.41%p까지 차까지 추격당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남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힘겨운 싸움을 펼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도 경기에선 야권 성향 강한 20~40대 층이 주류
가장 큰 변수는 경기도 유권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20~40대 연령층의 표심이다. 직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의 실제 득표율이 높았던 점도 젊은 유권자의 숨은 표심이 작용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6일 경기도 19세 이상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20~40대 응답자의 42.5~46.7%는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 연령대에서 남 후보의 지지율은 26.9~31.4%였다. 김 후보는 젊은층에서 남 후보에 15.3~20.7%p 차로 앞섰다.
한국갤럽의 지난 17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도 20~40대 응답자들의 답변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었다.
반면, 리얼미터의 지난 25~26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와 17~18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0%p), 17일 수원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에서 김 후보는 20~30대 연령층에서 남 후보에 뒤지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5차례 조사 중 한차례를 제외하고 20~30대 응답자 합계가 100명을 넘지 않는다. 경기도 전체 지역에서 100명도 안 되는 표본의 응답률을 대표 표본으로 삼아 보정치를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20~40대의 표심은 실제 20~40대 표심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20~40대의 지지율이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남 후보와 김 후보는 1~2%p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의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경기도에서는 20~30대(39.0%)가 50대 이상 유권자(37.1%)를 웃돈다. ‘앵그리맘’ 세대로 불리는 40대도 경기도 전체 유권자의 23.9%를 차지한다. 도내 최대 도시인 수원에서는 30대와 40대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 된다.
20~40대의 상당수가 야권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표심이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선거에서는 20~40대의 숨은 표심이 캐스팅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50대 이상 대부분은 여권 지지층? 뚜껑 열어봐야
여기에 전통적 여권 지지층이던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표심도 흔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두차례의 조사에서 남 후보는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김 후보를 20.4~40.1%p 차로 앞섰다. 이 조사에서 김 후보는 50대에서 26.2~27.7%, 60대 이상에서 14.6~14.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5차례 조사에서는 한차례를 제외하고 김 후보가 50대에서 30%대, 60대 이상에서 20%대 지지율을 얻었다. 평균적으로 한국갤럽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10%p 가량 높아졌다.
두 조사의 차이는 무응답 비중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 이상 응답자 중 15.7~22.3%는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하거나 응답을 하지 않았다. 반대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차례를 제외하고 50대 이상 응답자 중 무응답률이 4.6~11.8%로 줄었다. 무응답층의 절반 가까이가 김 후보 지지층으로 돌아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20~40대 표본이 많은 한국갤럽 조사와 50대 이상의 무응답률이 적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합산한 것이 보다 정확한 판세라고 가정할 때, 남 후보는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양 선거캠프 측도 현재 판세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경기 북부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남 후보가 근소한 차이지만 이기고 있는 것으로 느낌은 오는데, 전체적인 판세는 잘 모르겠다. 특히 김 후보가 경기 북부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면서 “사실 무당파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경기에서는 동북부가 새누리당 강세지역인데, 아직까지 개발이 덜 돼 경제부총리 경험이 있는 김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갔다”며 “전체 판세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야당이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 후보 측 선거캠프의 윤호중 전략본부장은 “여론조사 상에서 50대 이상은 응답률이 높아 조사가 수월한 데 반해 20~30대 젊은층의 조사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그 연령대에 숨은 표가 많다고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