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질문에 남경필 "재밌네" 김진표 오히려 '긴장'
입력 2014.05.30 09:20
수정 2014.05.30 09:32
합동TV토론회 초반 팽팽한 공약검증, 지정토론부터 후보 표정 엇갈려
“드디어 네거티브가 시작이네요. 재미있네요.”
땅 투기 관련 질문공세에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답변에는 여유가 흘렀다. 오히려 해당 의혹을 처음 꺼냈던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시간이 갈수록 긴장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오로지 남 후보만을 향해 날을 세운 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는 미련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후보 간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보육교사 교육공무원화’ 문제를 두고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 경기도 교통문제 관련해 세 후보 모두 서로 다른 해법으로 표심얻기에 힘을 쏟았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에서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 합동 TV토론회에서 남경필 후보와 김진표 후보, 백현종 후보는 초반부터 서로의 공약을 갖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세 사람은 재난안전대책부터 주택 환경 개선, 경기북부 지역개발, 복지 사각지대, 교통문제, 보육교사 처우 등 다양한 영역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경기북부지역 개발 문제 진단·처방 모두 달라
특히 경기북부지역 개발 문제를 두고 세 후보의 입장이 명확하게 갈렸다. 김 후보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규제는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3권역이 아닌 지역 특성에 맞춰 규제지역을 10개로 세밀하게 쪼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후보는 “경기북부 지역 침체 원인은 규제”라고 진단한 뒤 “수도권 규제 정책과 군사보호시설이 겹겹이 돼 있어 경기도 전체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 간의 진단과 처방이 엇갈린 가운데 백 후보는 “경기북부 관련 공약이 너무나 대동소이하다”며 “경기북부 발전의 근본 대상은 남북 평화체제를 이루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북부 개발을 위해) 실질적 조치인 6·15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공동선언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후보검증?… 엇갈린 세 후보의 표정
팽팽한 공약검증과 질문이 쏟아진 이후, 한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지정해 질문할 수 있는 순서가 시작돼자 세 후보의 표정은 선명하게 엇갈렸다.
첫 질문자로 나선 백 후보는 “남 후보는 땅을 매우 사랑하는 것 같다”며 “2010년 땅을 기증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남 후보 소유다. 경기도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남 후보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발언권을 넘겨 받은 남 후보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드디어 네거티브 시작이다. 재미있다”고 웃음을 보이며 “자료는 김 후보 쪽에서 말하고 토론회에선 통진당 백 후보가 제기한다. 아이러닉한 협조”라고 받아쳤다.
남 후보는 이어 “네거티브야말로 정치판에 없어져야 할 선거 전략”이라며 여유로운 얼굴로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통진당이 주어 받은 것을 보니 다급한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백 후보는 “네거티브라고 말하는데, 네거티브가 아니다”라며 “남 후보가 땅 투기하고 거짓말도 했다. 남 후보의 말 바꾸기, 도덕, 윤리 없는 것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김 후보로 방향을 돌렸다.
당황한 듯 잠시 침묵을 지키던 김 후보는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려면 어떠한 형태든 불법적인 농지취득이 돼 있고 (이것이) 불법상태라면 해소해야 한다”며 “남 후보가 이른 시일 내에 불법 농지소유를 법률적으로 해소하길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여기에 남 후보의 질문순서가 다가오자 김 후보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어두워졌다. 남 후보가 김 후보를 향해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보도자료 나간 것을 알지 않았느냐”며 “마치 내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듯 공격하고 통진당에서는 토론회에 나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이런 답변까지 하기 싫었는데...”라고 잠시 망설인 후, “우리 수석대변인이 그런(땅 투기 의혹) 발표를 했을 때까지 몰랐다. 확인도 안 하고 그랬냐고 내가 꾸짖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남 후보 해명에 문제가 있고, 농지불법취득이 맞다”며 “법에 따라 기부체납은 공공목적에 맞는 조건을 갖출 때에만 할 수 있다. 그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미 처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남 후보도 팽팽히 맞섰다. 그는 “(땅이) 매매가 안 되고 있다”며 “(김 후보 측에서) 내 동생 문제까지 샅샅이 뒤져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럼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잘 알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 되는 땅 100평은 반드시 국가에 헌납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육교사 교육공무원화’ 역시나 뜨거운 공방 ‘팽팽’
자유토론 순서로 접어들자,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 ‘보육교사 교육공무원화’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해당 정책은 김 후보의 대표 공약인 동시에 남 후보 측이 ‘비현실성’을 이유로 재차 직격탄을 날리면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바 있다.
다만, 이날의 포문은 김 후보가 먼저 열었다. 남 후보 측의 공격이 예상 가능한 상황인 만큼, 선공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 후보는 “남 후보가 내 보육교사 단계적 공무원화 공약에 2조7천억밖에 안 든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 텐데, 계속 8조가 든다드니 10조가 든다느니 공격한다”면서 “오히려 이게 바로 네거티브”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한달 반 전, 남 후보는 보육교사도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이제와서 준공영제를 하겠다니, 남 후보가 보육정책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후보는 “박 대통령도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 통합)을 얘기하고 있어 보육교사도 자동으로 공무원이 돼야한다”면서 “처우개선과 신분이 안정되면 보육의 질도 높아지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추진하는 것까지도 포퓰리즘이라고 하니 참 답답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남 후보는 “김진표 후보가 자꾸 말을 바꾼다. 처음에는 분명 ‘교육공무원’ 한다고 했다”면서 “그러려면 월급도 많고 연금 수당도 들어가고 모두 공무원 시험도 치르게 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아지니까 이제 와서 ‘사립교사 교원 수준’으로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4년 임기 내에 7만명을 모두 공무원으로 만들겠다는데, 전국적으로는 무려 25만명이 해당된다”라며 “문제는 새정치연합 중앙당에서도,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역시 정식공약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아울러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때 충분히 할 수 있던 일인데 그땐 추진하지 않다가 갑자기 할 권한도 없는 도지사가 돼서 하겠다고 나서니 국민이 믿지 않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권자들이 경기도의 문제점 1위로 꼽은 ‘교통문제’와 관련, 후보들이 각자의 개선 방안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남 후보는 일명 ‘굿모닝 버스’를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도민들을 위해 수요가 많이 몰리는 곳에 환승센터를 지어 버스가 2분마다 한 대씩 출발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에 대해 “어제 심야에 광역버스를 탔더니, 학생들이 '이 버스를 새벽까지 탈 수 있게 해 달라'더라”면서 “굿모닝 버스 179대가 시민의 발이 되리라고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시민버스형 준공영제’를 주장했다. 그는 “노선입찰제로 도민들의 세금을 20%정도로 줄이고, 서울시와 인천시가 했던 준공영제처럼 세금으로 마을버스 회사를 버티게 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것”이라며 자신 있는 태도를 보였다.
백 후보의 경우, ‘단계적 버스공영화’와 함께 장애인 교통 정책에 집중했다. 백 후보는 “버스 준공영제는 결국 버스회사만 배불린다. 마을버스부터 단계적 공영화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한 후, “광역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해서 장애인을 돕고, 광역 단위의 콜택시도 만들어서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