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결방 속 방송가 울상…출연료-광고 '직격탄'
입력 2014.04.26 10:48
수정 2014.04.27 10:17
배우, 개그맨 등 스케줄 지연 속 출연료 난항
어려운 환경 속 무사귀환-애도 물결 더 거세
진도 해상 여객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방송가는 여전히 뉴스특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여파가 연예계에도 적지 않다. 줄줄이 결방을 선택하는 방송국도 문제지만 잇단 프로그램 지연 속 생계형 배우들이나 몇 년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을 앞둔 가수들, 그리고 오랜 기간 제작된 영화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에 출연하는 스타들 중 이른 바 출연료 상급(주연, 톱스타, 1등급)의 경우, 몇 회의 방송분이 지연되거나 녹화가 취소된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또한 영화 출연 배우들 역시 홍보 행사, 라운드 인터뷰 등이 취소 또는 몇 주 미뤄진다고 해서 개런티를 삭감 당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 제작사나 홍보사의 경우, 홍보와 개봉 시기를 고려한 탓에 변동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크게 고충을 호소하는 곳은 가요계다. 몇 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며 당장 이 시기에 수입을 바짝 올려야 하는 가수들은 앨범 쇼케이스나 행사 취소, 잇단 대학가 축제 취소 등 여파가 적지 않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가요계가 아무래도 여파나 어려움이 더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드라마, 예능에 출연하고 있는 조연·단역급 배우들이나 행사 등의 부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이른 바 ‘생계형 스타’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송 출연료는 민감한 문제다. 온국민이 비통함에 빠진 가운데 출연료를 언급하고 논한다는 자체가 뭇매를 맞을 수도 있지만 연예인이기 전에 출연료로 먹고 살아야 하는 까닭에 결방이나 녹화 취소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연예인의 출연료는 천차만별로, 회당 1000만원이 넘는 고액 드라마 출연료를 받는 소수의 연기자와 스타 MC들은 사정이 다르지만 회당 몇 십만 원 정도를 겨우 받는 연기자들과 개그맨들이 수두룩하다. 여전히 합리적인 출연료 배분에 따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화 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워낙 스타급 배우들의 ‘부르는 게 출연료’가 된 현실 속에서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 단역급의 출연료 상승이 사실상 어렵다. 개그맨들의 출연료 역시 여전히 낮게 책정돼 공채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방송국 공채로 이적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드라마들의 잇단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넉넉하지 못한’ 스타들이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결방, 행사 취소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방송국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뉴스특보를 편성하고는 있지만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예능의 잇단 결방 속 광고 편성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70분 안팎의 드라마 경우 회당 30개 안팎의 광고를 붙일 수 있다. 20%가 넘는 시청률이나 인기 드라마 경우, 편 당 1500~1600만원 선으로, 이 광고가 완판되면 회당 4억원이 넘는 수익이 난다. 대표적으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는 8회까지 완판돼 누적 30억원을 기록했다.
인기 작품들의 잇단 결방 속 광고 수익도 수익이지만, 시청률 변수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이제 시작한 드라마나 종영을 앞두고 극의 절정을 그린 작품들이 결방함에 따라 시청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능도 처지는 비슷하다. 최근 야심차게 선보인 파일럿 예능들이 줄줄이 결방을 하거나 첫방송 연기 등 행보를 이어가면서 방송국, 출연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방송가 흐름상 예능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장르로 분류돼 “보류” 카드를 강행하고 있다.
드라마들이 속속 정규 방송되는 분위기와는 달리, 관객 및 유족들에게 불쾌함을 안길 수 있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녹화 취소나 잇단 스타들의 토크쇼 참여 불발 등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을 내보내고 싶어도 참여하겠다는 스타도 찾기 어렵고 분위기 상 예능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때문에 예능의 방송재개는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기약 없이 편성이 연기되고 있다.
그러나 출연료나 결방에 따른 피해나 불만의 목소리 보다는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애도 분위기가 더욱 뜨겁다.
스타들이 대거 소속돼 있는 모 기획사의 관계자는 "방송 지연에 따른 손해는 분명 있다. 하지만 약간 늦어진다고 해서 불만을 제기하거나 살기 어렵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는 스타들은 거의 없다. 나중에 방송이 되면 출연료는 입금이 될 것이고 그 보다 오히려 애도에 동참하고 하루 빨리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분위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가수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프로모션이나 행사 등이 취소되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결방이 장기화 될 경우, 드라마 영화계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루 빨리 실종자 구조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무사귀환과 애도의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