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주 ´도박´의 결과" vs 열 "안보 ´불장난´ 중단
입력 2006.08.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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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즈펠드 ´2009 전시 작통권 이양´ 서신 관련 여야 대립 고조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와 한미 양국간 방위비 분담 비율 등을 적시한 것을 계기로 작통권 문제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대립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 내용과 관련,“노무현 정권이 ‘자주 도박’으로 자초한 결과”라며 강한 우려의 뜻을 표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안보 ‘불장난’을 사죄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의 정치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 “럼즈펠드 서신, 노무현 정권 ´자주 도박´이 초래한 결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럼즈펠드 장관이 작전권 이양을 통보한 2009년이 3년밖에 안 남았다”면서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 사태 등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 상황이 가중되고 있고, 방위비 분담에 따른 천문학적 국민 부담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게 바로 노무현 정권이 ´자주 도박´으로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이 모두가 현 정권이 그동안 ‘자주’니 ‘주권 회복’이나 하며 국민을 교묘히 선동한 결과”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주권 회복’은 결국 안보 불안과 국민들에 대한 세금 폭탄으로 되돌아올 뿐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노 대통령이) 진정 자주를 원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의 뜻에 따라 작통권 2009년 이양은 절대 안 된다고 미 정부에 분명히 말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세금 폭탄에 지친 국민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이 요구한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4대 선결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의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4대 선결요건’은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등 한반도 안보불안 요인의 해소 ▲작통권 단독행사로 소요되는 추가 국방예산 공개 및 이를 감당할 경제성장 로드맵 제시 ▲한미군사동맹 약화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인 가능한 합의, 그리고 ▲이 모든 조건들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등.
이는 지난 16일 정부-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한 ‘작통권 환수 관련 4대 원칙’(▲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유지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및 증원군 파견 보장 ▲미국의 정보자산 지원 지속 ▲한반도 전쟁억지력과 공동대비태세 유지)만으로는 작통권 단독행사를 추진하는 게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한나라당이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형오 원내대표도 “럼즈펠드 장관의 서신을 통해 작통권 이양은 자주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 때문임이 드러났다”면서 “미국 측의 작통권 2009년 조기 이양과 방위비 동등 분담 주장은 결국 미국도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반드시 재검토해야 할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정부에 대해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갖고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작통권 문제는 다음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여옥 최고위원은 ‘구맹주산(狗猛酒酸, 주막에서 키우는 개가 손님들에게 사납게 대해 술이 팔리지 않아 결국 술이 쉬었다)’이라는 중국 송나라 때의 우화를 인용, “국민과 국민의 대표를 무시해온 청와대가 이제 미국과 다른 우방에도 사납게 대해 이 나라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어리석은 주막 주인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최고위원 또한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로) 만일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될 경우 그 공백을 메우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에 대한 의존이 더 심화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며 “정부-여당의 작통권 독립행사 요구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논리일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현 정권이 주장해온 ‘자주’의 대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민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2012년 작통권 환수 목표로 자주 국방을 위한 전력 확보에 큰 소리를 치던 노 대통령은 이제 3년이나 앞당겨진 시한으로 인한 국민부담 증가와 약화된 안보능력 보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불안에 떠는 국민들에게 고해성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강재섭 대표의 회견을 통해 전시 작통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거듭 밝힐 예정.
아울러 29일 미국을 방문하는 황진하 국제위원장을 통해 전시 작통권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미 정부의 실무진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열린당 “한나라, 구차한 안보 ´불장난´으로 정부 협상력만 약화시켜”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작통권 환수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생각이 같다”면서 “한나라당이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공세로 ‘안보 정쟁’을 부추겨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같은 시각 국회 당의장실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야전지휘관회의에 참석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주한미군 사령부의 4성 장성 유지, 유사시 미 증원군 파병 등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명백한 언명으로 한나라당과 일부 극우 인사들의 주장은 구차한 안보 공세, 안보 불안 심리 이용한 불장난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또 방위비 분담금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양국 사이에는 등 현재 주한미군 기지 이전 등 많은 사안에 대해 힘겨운 협상이 진행 중인데 한나라당이 새로운 공세 거리로 만들어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연 한나라당에게 국익이라는 개념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작통권 환수를 적극 지원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 ‘한미동맹의 약화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현역 의원을 미국에 보내 작통권 환수 반대를 호소하겠다는 것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의 경거망동을 자제토록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앞서 럼즈펠드 미 국방방관은 지난 17일 우리 정부에 보낸 서신을 통해 ‘전시 작통권을 2009년 한국군에 이양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으며, 이와 함께 양국간 방위비 또한 ‘50대50’으로 동등하게 분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