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로 버틴 이상화, 애국가에 주르륵
입력 2014.02.13 08:04
수정 2014.02.13 17:38
13일 메달플라자서 열린 시상식에서 끝내 눈물 터뜨려
"설움과 감동이 밀려와.." 숨겨왔던 부상 투혼에 국민들도 눈시울
입술을 깨물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들으며 감내한 강도 높은 훈련의 달콤한 결실을 목에 걸고 피어오른 웃음도 잠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끝내 터지고 말았다.
강한 멘탈을 자랑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25)의 얼굴에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상화는 13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시상식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플라워 세리머니에 이어 정식 메달 수여식은 선수촌에 위치한 메달프라자에서 하루 뒤인 이날 열렸다. 메달 수여식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은 메달리스트가 정돈된 분위기에서 더 많은 축하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훈련만큼 힘겹게 참아냈던 눈물도 더 쏟아졌다.
힘차게 팔을 들어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선 이상화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애국가가 연주되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은메달과 동메달 시상대에 월등한 신체조건의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와 마크 보어(네덜란드) 사이에 작은 키로 우뚝 솟은 이상화의 모습은 가치를 드높였다.
올림픽 직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도 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지만, 알게 모르게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과 힘겹게 싸워야 했다. 그것을 딛고 금메달을 걸고 애국가를 들으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숨겨왔던 하지정맥류 부상 투혼을 알게 된 국내 팬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상화는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애국가를 두 번 들으니 그동안의 설움이 밀려와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앞서 이상화는 12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1·2차 레이스 합산 74초70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땄다. 합산 기록은 물론, 2차 레이스 기록(37초28)이 올림픽 신기록일 만큼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2연패.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과 모태범이 노메달에 그친 가운데 나온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이상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2차 레이스에서 상대 선수(왕 베이싱)가 같이 가줘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2연패 도전에 대한 부담이 사실 컸다. 올림픽이라 생각하지 않고 월드컵이라고 생각하며 경기에 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화는 경기일정에 따라 13일 오후 11시부터 열리는 여자 1000m에 출전해 메달에 도전한다. 주종목은 아니지만 500m 금메달의 여세를 몰아 메달을 노린다. 조 추첨 결과 마지막 순서인 18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하를로터 판바이크와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