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페이스 모태범…금메달 무게에 짓눌렸나
입력 2014.02.13 07:17
수정 2014.02.13 22:20
500m 메달 획득 실패 후 부담감 느껴
막판 스퍼트서 급격한 체력 저하 '오버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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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 레이스였지만 메달권에 진입하기에는 무리였다.
모태범은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09초37로 결승선을 통과, 전체 12위에 그쳤다. 앞서 500m를 4위로 마친 뒤라 단단히 벼르고 나섰지만 세계적 강자들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태범은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자연스레 경쟁자들의 견제도 없었고,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금메달(500m)과 은메달(1000m)을 따내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4년이 지난 뒤 이번에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부담이 그를 짓눌렀다. 언론에서는 연일 ‘올림픽 2연패 가능’이라 떠들어대며 그를 볶아댔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 랭킹 1위라는 성적과 피땀 흘린 훈련의 결실이 제대로 발휘될지 오히려 미지수였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중압감은 모태범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동갑내기인 ‘여제’ 이상화는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녀 역시 금메달이 처음이 아닌 선수라 모두가 의아해 했다.
이에 대해 이상화는 “또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올림픽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전 “이미 금메달을 땄으니 이번 올림픽에서는 즐기겠다.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 대회라 생각하겠다”는 결국 자기암시였던 셈이다.
또 다른 동갑내기인 장거리 이승훈도 마찬가지다. 그는 5000m에서 12위를 기록한 뒤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림픽은 그만큼 특별하다”고 말했다. 500m서 4위에 그친 모태범도 “잠을 자지 못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메달을 따지 못한 모태범의 부담감은 이번 1000m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모태범은 200m 지점을 16초42로 통과하며 금메달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의 600m 구간에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당초 모태범은 600m까지 선두권을 지킨다면 금메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00m 통과 기록은 41초91로 선두와 0.45차 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버페이스였다.
특히 막판 스퍼트가 문제였다. 마지막 한 바퀴를 돌며 모태범의 움직임은 급격히 처지는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마지막 코너를 돌고난 뒤에는 함께 레이스를 펼친 브라이언 한센에게도 뒤지고 말았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고개를 푹 숙였다. 올림픽이 짓누른 중압감은 그만큼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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