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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승훈, 왜 이렇게까지 부진했나

김태훈 기자
입력 2014.02.09 00:34
수정 2014.02.10 07:15

소치올림픽 5000m 메달권 아닌 12위에 그쳐

앞서 뛴 네덜란드 3인방 기록에 심리적 위축 영향

이승훈은 8일 경기 후 한국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인터뷰 없이 빠져나갔다. ⓒ 연합뉴스

4년 전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역사를 쓰며 포효했던 이승훈(26)이 이날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승훈은 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애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6분25초61에 그치며 전체 12위에 머물렀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이승훈이 6분15초대나 16초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기록도 순위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한 종목이었지만 이번에 10위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포함 7년여 동안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존’답게 올림픽 신기록(6분10초76)까지 세우며 금메달을 자축했다.

이승훈은 경기 후 한국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인터뷰 없이 빠져나갔다. 크라머가 건재해 금메달은 어렵더라도 메달 획득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이승훈은 왜 이렇게 부진했던 것일까.

이승훈의 이날 성적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인 6분07초04보다 무려 18초57이나 느렸고, 이상화-모태범과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화를 썼던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할 때 기록인 6분16초95보다는 9초 가까이 뒤졌다.

사실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쇼트트랙 훈련을 줄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늘리면서 변화를 꾀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쇼트트랙 훈련은 물론 역기까지 들면서 순발력 향상에도 힘을 쏟았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2013-14시즌부터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시즌 최고 기록에서도 크라머와 2.58초로 바짝 좁혔다. 이승훈은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대회 종합순위에서도 3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10조에서 레이스를 먼저 펼친 크라머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부담 탓인지 13조로 나선 이승훈은 초반 레이스에서도 몸이 무거웠다. 특유의 막판 스퍼트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랩타임이 30초대로 뚝 떨어지면서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초반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3~4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크라머의 레이스와는 대조를 이뤘다.

컨디션 저하 속에 크라머의 올림픽 신기록과 앞서 뛴 네덜란드의 블록후이센(6분15초71)과 베르그스마(6분16초66)가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세운 기록이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음이 흔들리면서 위축됐고, 자연스레 몸이 무거워지면서 페이스를 잃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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