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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사태’ 코끼리 감독만의 책임?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3.08.22 08:59
수정 2013.08.22 10:51

한화 일부팬들, 참다못해 현수막까지 들어

감독 이전에 수년째 위기 타개 못한 프런트도 책임

올 시즌 한화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화 팀 성적의 책임을 김응용 감독에게만 돌리는 것은 무리다. ⓒ 연합뉴스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전이 열린 대전구장.

한화의 패색이 짙던 9회 일부 한화팬들이 '팬들은 당신의 사퇴를 기다립니다'란 문구의 현수막을 올렸다. 직접적으로 김응용 감독을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야구팬들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 이후 내내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응용 감독은 위기의 한화를 건져 올릴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허약한 팀 전력 속에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주역이자, 통산 1500승을 돌파한 칠순의 '명장'이 꼴찌팀 추락도 모자라 팬들로부터 사퇴요구까지 받는 신세가 된 것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사퇴 현수막 등장에 야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지금 시점에 굳이'하는 아쉬운 목소리들도 있다. 우발적인 해프닝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부진한 성적에도 비교적 인내심을 가지고 침묵하던 한화 팬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부 팬들의 돌발행동이 팬들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현수막을 내거는 행위는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올 시즌 한화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화 팀 성적의 책임을 김응용 감독에게만 돌리는 것은 무리다.

한화는 지난 겨울 김응용 감독만을 영입했을 뿐, 꼴찌에 머무른 지난해보다 구체적인 전력보강은 없었다. 오히려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 지난해 마운드를 이끌었던 핵심전력들이 대거 이탈했다. 김응용 감독이 원했던 FA 영입이나 즉시전력감 트레이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을 LA다저스로 보내며 얻은 거액의 실탄도 이적시장에서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응용 감독이 아닌 어떤 명장이라도 성적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부진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면 김응용 감독에 앞서 벌써 수년째 팀의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구단 운영진과 프런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우선이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해 한화와 2년 계약을 체결, 팀을 성공적으로 재건해놓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록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어쨌든 결과로서 책임을 지는 자리고 아직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김응용 감독을 벼랑으로 모는 것이 팀 분위기나 재건을 위한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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