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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선동열…윤석민 마무리 무용론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8.22 08:54
수정 2013.08.22 11:49

이달 초 4강 싸움 위해 윤석민 마무리 전환

연패 빠지며 윤석민 등판 기회 잡지 못해

선동열 감독의 윤석민 마무리 카드는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KIA 타이거즈

KIA가 한창 4강 싸움을 펼치던 이달 초, 선동열 감독은 ‘윤석민 마무리’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내내 불안하던 마무리 앤서니를 방출시킨 뒤 약 열흘 만에 이뤄진 조치다.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났다. 과연 윤석민 마무리 카드는 잘 통하고 있을까?

윤석민은 불펜 전환 후 지난 18일까지 모두 6경기에 나와 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이다. 내용도 무척 훌륭하다. 5.2이닝동안 피안타와 볼넷은 각각 1개와 2개에 불과하며 탈삼진은 8개나 뽑아내 커리어하이인 2011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윤석민의 마무리 변신은 성공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마무리라는 특성상 팀이 리드하고 있을 때 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KIA의 최근 행보는 승리와 거리가 멀다. 자연스레 윤석민의 등판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윤석민의 마무리 전환을 발표한 시점은 한창 순위싸움을 펼치던 지난 4일 이었다. 당시 KIA는 후반기 들어 급격한 부진에 빠져있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4위 두산과는 5경기 차였고, 5위 롯데와도 2.5경기 차로 손에 잡힐 듯 했다. 7위 SK는 거들떠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KIA의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4일 넥센전 승리 후 3승 9패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어느새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4위 넥센과는 7경기 차. 사실상 4강행이 물 건너가고 말았다.

같은 기간 윤석민도 등판 시점을 찾지 못했다. 마무리 전업 후 첫 등판이었던 4일 NC전에서 0.2이닝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가다듬은 뒤 세 번째 등판(9일 NC전)만에 첫 세이브를 거뒀다. 이틀 뒤인 삼성전(1이닝 무실점)에서는 지긋지긋하던 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팀이 다시 연패에 빠지며 일주일을 쉬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윤석민이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자 이번에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심각한 누수 현상이 일어났다. 믿었던 좌완 양현종은 2경기(5.2이닝 9실점)동안 난타를 당한 뒤 부상이 재발해 2군으로 내려갔고, 김진우도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결국 보름 새 3명의 선발 요원들이 한꺼번에 로테이션에서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힘들게 꺼내들었던 윤석민 마무리 카드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KIA는 사실상 올 시즌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남은 기간 1승에 목을 매기 보다는 다음 시즌을 위해 새 얼굴들을 발굴하고 실험해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들을 살펴보면 선발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이겨내지 못해 뒷문 단속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차라리 윤석민을 다시 선발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윤석민 역시 시즌 내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던 터라 불규칙적인 불펜 대기보다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몸 상태를 가다듬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 좋을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마지막 전투를 위해 보도를 꺼내들었지만, 칼을 휘두를 상대가 멀리 달아나버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쓸 수 없게 된 ‘윤석민 칼’이 제 자리로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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