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냐 뚝심이냐 조경태의 돌직구 왜?
입력 2013.07.28 10:25
수정 2013.07.28 11:11
눈치 안보고 타이밍 생각 안하고 친노 겨냥 연일 쓴소리
'친노 컴플렉스' vs '심지 굳은 정치인' 평가 엇갈려
약(藥)일까, 독(毒)일까.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정치권의 화제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부산 지역에서 당내 최초 3선을 이뤘다는 위업으로 유명한 조 최고위원은 이번에는 ‘나 홀로 돌직구 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발언하기 적절한 시기를 타진하지도, 주변에서 발언을 만류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 ‘마이웨이’를 걷는다.
조 최고위원의 직구 발언 대다수는 친노(친노무현)와 그 수장인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다는 특징이 있다. 조 최고위원과 문 의원의 정계 입문 뿌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같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핵심인사가 됐고, 조 최고위원은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저격수가 됐다.
이를 두고 조 최고위원을 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두 가지로 갈린다. ‘친노 콤플렉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과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힘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 평하는 시선이다.
조 최고위원은 지난 5.4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을 때부터 문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했다. 그는 당시 문 의원에게 부여될 당내 역할을 묻는 질문에 “문 의원의 역할은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답한 뒤 “오늘 (전대에) 불참한데 대해서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당시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인사들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워크숍 등 당 행사에 연거푸 빠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를 지적함과 동시에 현재 초선 의원인 문 의원에게 ‘초선 의원으로서 할 일을 하라’는 충고를 건넨 것으로 읽혔다.
조 최고위원이 문 의원을 직격한 클라이맥스는 지난 25일이었다. 문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과 사초 유실 사건을 두고 나흘 간 침묵하다 “‘NLL논쟁’을 그만하자”고 성명을 내자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 김한길 대표는 24일 ‘문재인 책임론’의 불길을 잡으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고 했지만, 이로 인해 책임론은 다시금 불거졌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본인이 스스로 현명하게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 본다”면서 사실상 문 의원의 정계은퇴까지 압박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조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한 것과 관련, 문 의원이 ‘국민 중심 정당’을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더 이상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때는 시기도 화제가 됐다. 조 최고위원은 문 의원의 16일 발언에 5일이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보통 의원들이 공개 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는 문제의 발언 다음날 지적을 한다.
'굳이 친노' 겨냥한 게 아니라는 해석도...
조 최고위원은 같은 달 14일에는 지난 총·대선 당시 탈당했던 이들을 다시 당으로 부르는 ‘복당특별선언’을 하자고 했다. 보통 선거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당할 경우, 당에서는 이를 해당 행위로 간주해 복당을 엄격히 관리한다. 하지만 조 최고위원은 이를 친노·비노 간 ‘계파분열’을 원인으로 봤다. ‘내버려진 비노’를 거두자는 뜻으로 사실상 친노를 겨냥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조 최고위원이 이렇게 연신 친노를 겨냥하는 이유가 ‘친노의 배타성’이라고 분석한다. 친노가 자신들과 다소 결이 다를 경우, 그 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최고위원이 친노의 핵심 축에서 멀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부산에서 세를 넓히던 조 최고위원을 친노들이 문 의원을 앞세워 밀어내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한편에서는 조 최고위원이 ‘부산시장’을 노리면서 친노들을 견제하는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조 최고위원의 일련의 발언들은 ‘굳이 친노’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정치권을 꿰고 있는 관계자들은 “본래 조 최고위원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괴짜 기질’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정치인들이 자신의 거취나 당의 분위기 등을 따라 타당에게만 쓴소리를 쏟아내고, 당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지만, 조 최고위원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들을 가감 없이 쏟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기질이 현재 최대 현안인 ‘친노·비노 다툼’과 맞물렸다는 것.
조 최고위원은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 이해찬 상임고문의 ‘대선 불복종’ 시사 발언 등 막말 파문과 정세균 상임고문의 국가정보원(국정원) 사건의 ‘장외투쟁 불사’ 발언 등에 대해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자성을 촉구한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언급된 인사들이 친노계이기는 하지만, 지도부로서 ‘입조심 경고’는 줄 수 있다.
여야의 ‘NLL논쟁’이 심화됐던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이제 ‘NLL논쟁’을 그만할 것을 제안한다”며 “여야는 소모적 정치 논쟁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했다. NLL 또한 친노와 연관돼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정치권에서 실효성 없는 논쟁은 끝내자는 취지였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에선 국정원 기관보고와 관련, 국정원 국조 개최에 방점을 둬 “(당론은 국정원 기관보고 무조건 공개지만) 비공개로 해서라도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국정원 국조에 친노 인사들이 대거 투입돼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민주당이 힘을 쏟고 있는 국정원 국조가 계속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들은 때로는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 ‘NLL논쟁’ 발언 때는 ‘소모적 정치 논쟁’에 자당까지 끼워넣은 게 문제가 돼 우원식 최고위원이 “여야 정쟁이라고 호도하지 마라”면서 발끈했다. 국정원 국조 발언 때는 다른 최고위원이 당론과 다른 안을 냈다고 지적하면서 서로 삿대질을 하며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 안팎의 평은 상반된다.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입장과 “오히려 당을 흔드는 해당 행위자”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한다. 하지만 당 안팎으로 ‘친노 책임론’이 완전히 해소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자의 입장이 더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