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SNS' 기성용 일벌백계 능사 아니다
입력 2013.07.08 10:43
수정 2013.07.10 09:48
이번 사태 계기로 재발방지와 화합 위한 수습책 나와야
기성용 일벌백계 보다 ‘홍명보 멘토링’ 아래 둬야
축구계에서 강구되는 사태 수습책이 추구해야하는 목표는 기성용의 징계 자체가 아니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와 대표팀의 단합이다. ⓒ 연합뉴스
비밀 SNS 계정을 통해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조롱하고 악담을 퍼부은 사실이 폭로돼 논란의 중심에 선 기성용(24·스완지시티)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징계 여부와 그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성용은 비밀 SNS 계정의 존재가 폭로된 이후 에이전트를 통해 지난 5일 사과문을 걸고 “해당 페이스북은 1년 전까지 지인들과만 사용했던 것으로 공개 목적은 아니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전해졌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은 직접 축구협회를 찾아가 사과했다. 이 같은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정황상 기성용이 대표팀 내부에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 간 파벌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비공개용 SNS 계정이라고는 하나 대표팀 감독은 물론 동료와 팬들까지 기만한 행동은 결코 용서받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축구협회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여론을 모를 리 없는 축구협회는 지난 6일 기성용의 행위가 징계 대상에 포함되는지 관련 부서가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기성용 선수가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기 때문에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대표팀 운영 규정 제 13조(선수의 의무)에는 ‘각급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했거나 대표팀의 명예를 떨어뜨린 선수는 50만원 이상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출전정지, 제명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이 같은 규정에 의거, 기성용에게 출전정지 등 실질적인 내용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그 수위에 따라 기성용의 내년 브라질월드컵 출전 무산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다면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고, 대표팀 내부에 파벌이 생긴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서 적절한 징계가 없어 그 파벌이 존속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신속하고 확실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축구협회가 내놓는 수습책의 목적이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와 대표팀 화합이라고 한다면, 징계보다는 교육 등 다른 방식의 수습책 마련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기성용의 언행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그에게 A매치 출전정지나 대표선수 자격정지와 같은 징계를 내리는 데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기성용에 대한 징계에 부정적인 기류가 읽히고 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성용의 부적절한 언급이 비공개용 SNS 계정을 통해 이루어졌고, 본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 만큼 축구협회 차원의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성용 비밀 SNS 계정 파문의 최대 피해자랄 수 있는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성용에 대해 “국가대표로서 큰 일을 할 선수”라는 덕담으로 기성용의 비뚤어진 행동을 용서했다. 문제를 일으킨 제자가 사과했고, 그 피해자랄 수 있는 스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제자를 감싸 안았다. 이 사실 하나로 대표팀 내분 내지 대표팀 내부의 파벌 문제는 절반 이상 해결된 셈이다.
기성용의 비밀 SNS 계정의 존재와 그 내용을 폭로한 칼럼니스트 역시 최근 후속 칼럼을 통해 자신의 칼럼으로 인해 고질적인 대표팀의 문제가 개선되는 것을 바란 것이지 한 선수를 아예 대표팀에서 쫓아내는 게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성용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월드컵 무대에 서는 모습을 항상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사태를 지혜롭게 수습한다면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홍명보호의 출항을 앞두고 맞닥뜨린 ‘기성용 비밀 SNS 계정 파동’은 앞으로 1년여 간 월드컵 본선을 향해 항해를 이어갈 홍명보호 멤버들에겐 아프지만 몸에 좋은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축구계에서 강구되는 사태 수습책이 추구해야하는 목표는 기성용의 징계 자체가 아니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와 대표팀의 단합이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기성용에게 국가대표 선수로서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축구협회 차원의 조치를 마무리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가대표 기성용’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맡기면 된다. 실질적 사태 수습의 키를 축구협회나 목소리 큰 일부 전문가들이 아닌 현 대표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이 쥐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성용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축구협회의 징계보다는 선배이자 스승인 홍 감독의 지혜로운 '멘토링'이다. 홍 감독은 이미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을 원만히 대표팀에 합류시켜 한국 축구 역사에 첫 동메달을 안긴 지혜로운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시점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와 팀 스피릿 형성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기성용을 ‘일벌백계’ 하는 것 보다는 홍명보 감독의 멘토링 아래 기성용을 계속 국가대표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기성용 스스로 대표팀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