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악동? 이천수·기성용 차이는
입력 2013.07.08 10:11
수정 2013.07.08 16:40
대표팀 내에서는 투지와 헌신 돋보여
면전에서 따져..특권 의식도 없어
이천수(왼쪽)ⓒ 인천 유나이티드
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SNS 파동으로 한국축구의 새로운 '악동'이 됐다.
기성용은 SNS 비밀계정을 통해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차례 비방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기성용 사례를 보며 떠오르는 또 다른 이름은 이천수(33·인천)다. 한국축구의 ‘원조 악동’으로 불리는 이천수는 잦은 돌출행동으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빼어난 축구실력과 재능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고, 보통의 한국선수들과 달리 대중의 시선과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긴 점, 지나치게 솔직한 감정표현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점은 둘의 공통점이다.
차이점도 분명하다. 이천수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주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저지른 일에 솔직했고, 뒤에서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경솔했지만 할 말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면전에서 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도 알았다.
기성용은 SNS를 통해 ‘뒷담화’를 했다는 것으로 도마에 올랐다. 30년 이상 나이차이의 축구계 대선배이자 아버지뻘 되는 스승에 대한 존중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강희 감독도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선수가 좋다. 할 말이 있으면 면전에서 해야 한다. 뒤에서 뉘앙스만 흘리는 짓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최 감독의 발언은 기성용을 직접적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의 행태와 SNS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성용은 대표팀 내에서 유럽파와 국내파를 구분해 '파벌'을 조장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기성용의 SNS 글을 보면 유럽파로서의 자부심을 넘어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까지 감지된다. 기성용은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엔트리 탈락 이후 감독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천수는 적어도 대표팀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없었다. 오히려 대표팀에서의 이천수는 누구보다 투지 넘치고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사실 대표팀 초기에는 튀는 행동으로 선배들한테 몇 차례 혼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선배들과 큰 갈등을 빚거나 파벌을 형성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일은 없었다. 이천수를 싫어하는 팬들조차 대표팀에서 보여준 이천수의 투지와 헌신은 인정한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에서 임의탈퇴 조치를 당한 이후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K리그로 귀환까지는 4년의 세월이 걸렸다. 비난여론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누구도 이천수가 다시 한국 땅에서 축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잃어버린 시간만큼 이천수는 더 성숙해졌고, 진심 어린 사과와 속죄의 과정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용서받았다.
기성용은 이천수의 사례를 기억해야한다. 부와 명예, 인기가 얻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젊은 날 한때의 치기로 인해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랫동안 기성용의 축구인생에 멍에기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 짐작할 수도 없다.
기성용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영광이 혼자 힘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영원할 수도 없다. 기성용도 너무 늦지 않게 이번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